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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화재참사 1주년] ②중소병원 여전히 불안, 안전대책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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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화재참사 1주년] ②중소병원 여전히 불안, 안전대책은(끝)
방화문·스프링클러 없는 병원에 고령자 수용 대형 참사 '예고'
스프링클러 의무화 먼 길…방염·불연재, 방화구획·배연설비 의무화해야



(밀양=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119신고 접수 3분 만에 도착한 소방대원이 불을 껐는데 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을까.
소방대원이 도착한 시간 이미 옥상을 비롯해 건물 위층 곳곳으로 많은 양의 연기가 솟아올랐다. 하지만 이를 차단해 환자들에겐 탈출시간을, 소방대엔 구조와 진화 시간을 벌어줄 방화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1층에서 난 불이 2층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거나 지연시켜야 할 방화문은 아예 없어 화염과 유독가스가 가득한 연기가 그대로 위로 올라갔다. 2·3·4층에서 위층 사이 방화문들도 대부분 열려있었다.
여기에다 각 층 화장실을 통해 수직으로 연결된 각종 배관·덕트와 건물 자재 사이엔 마감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노후해 곳곳에 틈새가 벌어져 연기가 상층으로 유입되는 통로 역할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세종병원과 바로 옆 세종요양병원 사이에는 불법으로 만들어진 비가림용 연결통로가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염과 연기를 나르는 역할을 했다.
◇ 희생자 왜 많았나…대부분 고령 환자, 연기 배출설비 안 갖춰
설계도면에는 있는데 막상 불이 나자 흔적도 없었던 1층 방화문을 비롯해 열려있었던 위층 방화문 부실 외에도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많은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우선 입원환자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여서 불이 나도 신속한 대피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야간에는 층별 근무자가 2명 안팎에 불과해 비상상황이 발생해도 신속한 초기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5층 규모인 세종병원 1층은 응급실, 2층은 수술실·간호사실에다 일부 입원실, 3·4층 입원실, 5층 입원실과 식당·주방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병실은 17개, 병상 수 95개에 입원환자는 83명이었다.
불이 난 지 20여일만인 2월 19일 경남도·밀양시가 집계한 층별 사망자는 1층 1명, 2층 18명, 3층 14명, 4층 14명 등이었다.
물론 공식 '화재사'로 분류된 사망자는 45명이었고 옆 요양병원 환자 2명도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은 1층에서 났지만 2층에서 희생자가 가장 많았고 3·4층에서도 많은 환자가 생명을 잃었다.
소방관계자들은 희생자가 많았던 이유를 크게 4가지 정도로 분석했다.
먼저 화재 발생 때 관계자들의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설로 보면 화염과 연기가 확산하는 것을 차단·지연시킬 수 있는 방화문 등 방화구획과 유입 연기 배출설비가 필요한데 그러지 못했다.
또 환자들이 대부분 혼자 대피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유독가스를 함유한 연기가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확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화재사 45명의 연령대를 보면 80·90대가 32명으로 70%가 넘었다. 나머지 70대 6명, 60대 1명, 50·40·30대 각 2명이었다.
일부 환자는 침상에 손과 발이 묶여 있어 이를 푸는 데만 30초∼1분이나 걸려 구조가 늦어지기도 했다.
각 층 천장 내부에 가연성 내장재인 스티로폼이 들어있어 급속하게 연소하는 요인을 제공했다.



◇ 전국 중소병원·요양원 등 화재 불안 '여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은 종합병원 346곳을 비롯해 병원 1천459곳, 요양병원 1천544곳, 치과병원 234곳, 한방병원 308곳 등 모두 3천888곳이다.
의원급은 입원실을 보유한 5천295곳을 포함해 모두 6만3천145곳이다. 병상 수는 병원급 의료기관 63만4천815개 등 모두 70만2천885개에 이른다.
병원급 의료기관 가운데 건물이 5층 이하이거나 요양병원·정신의료기관 가운데 600㎡ 미만인 곳은 세종병원처럼 스프링클러가 없다.
600㎡ 이상 신설 병원급 의료기관에는 앞으로 스프링클러를 의무화하도록 소방시설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그렇지만 기존 의료기관은 3년 유예기간을 두도록 했고, 구조상 설치가 불가능할 경우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도 가능하도록 했다.
농어촌과 중소도시 지역 병원들은 스프링클러 설치비 부담을 호소하며 반발하고 있어 복지부가 추진 중인 내년 예산 반영 여부가 주목된다.
소방전문가들은 노인과 어린아이가 주로 이용하는 시설과 요양병원 등은 건물 규모와 관계없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건물의 층별 방화구획 설치 의무화도 마찬가지다.
전기시설도 세종병원처럼 30년 안팎으로 오래된 건물 내부 배선이 낡은데도 관리가 부실하고 화재 때 응급 의료기기 등에 전기를 공급해줄 자가발전시설도 없거나 용량이 부족해도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낮엔 병원 내에 종사자가 비교적 많은 편이나 야간에는 수용 환자 대비 종사자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건비 문제 등으로 인력 확보가 어려우면 신속한 대피가 필요한 나선형 미끄럼틀 등 피난설비를 보강할 필요도 있다.
병원 내부 마감재나 커튼과 합판 등 장식물은 방염, 불연재료로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나 비용 절감에 밀리고 있다.
특히 정신의료기관이나 알코올 질환자 등을 유치하는 특수시설 등의 경우 창문마다 쇠창살을 설치하고 엘리베이터 앞에도 철문이나 쇠사슬로 잠금장치를 해놓고 열쇠는 간호 데스크에 보관하는 경우가 허다해 화재 등 비상상황 시 참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시설이 안전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어 비상시 구조대가 진입할 수 있는 창살 없는 창문을 진입통로로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 안전한 병원…제도 개선은 어디로
병원 안전 문제는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서도 보건, 복지, 소방, 건축, 안전 등 다양한 분야가 관련돼 있고 관련 법규도 여럿이어서 화재나 안전사고 예방책을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밀양 세종병원 참사 발생 이후 복지부나 소방청 등은 태스크포스를 꾸려 중소병원 화재 예방방안을 찾고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경남도와 밀양시도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3단계로 나눠 우선 예방 단계부터 의료기관 건축 설계 가이드라인 마련, 화재 안전관리 매뉴얼 개선 등 관리 강화책을 제시했다.
다음으로 의료법을 개정, 불법 증·개축 건축물엔 의료기관을 아예 개설하지 못하도록 하고 요양병원과 정신의료기관에만 적용되던 환자 신체보호대 사용기준 마련 대상을 전 의료기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신체보호대 사용기준은 환자나 보호자 동의를 받을 것, 응급상황 시 즉시 자를 수 있도록 할 것 등 10여 가지다.
또 소방시설법 개정 사항으로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를 비롯해 자동화재탐지기·방염성능 장식물 설치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경남도와 밀양시 등도 의료기관 국가안전대진단 등을 통해 의료기관에 대한 합동점검을 실시, 의료·건축·전기·가스 설비 등 분야별로 문제점을 도출한 뒤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밀양시는 세종병원 화재가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함에 따라 '화재 예방 전기시설 설치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전국에서 처음 제정, 예산을 들여 전기안전진단을 하고 노후주택 전기시설 개선 땐 비용 절반을 지원하기로 했다.
b94051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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