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대왕의 사인은 길렝-바레 증후군"
뉴질랜드 의대교수 논문…"실제로 엿새 더 살아"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BC 323년 알렉산더 대왕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길렝-바레 증후군((GBS; Guillain-Barre Syndrome)이라는 희소 신경질환이라고 뉴질랜드의 한 의대 교수가 주장했다.
이는 알렉산더의 사인으로 감염증, 알코올중독, 암살 등을 꼽았던 기존 학설과 전혀 다른 것이다.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이 22일(현지시간) 배포한 온라인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대학 산하 더니든 의대 부교수인 캐서린 홀 박사는 이런 내용의 논문을 학술지 '고대사 회보(The Ancient History Bulletin)' 최근호에 발표했다.
'급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 신경병증(AIDP)'으로도 불리는 이 증후군은 신경에 염증이 생겨 근육이 약해지고 종종 마비증세로 이어지는 질환인데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만 명 중 한 명꼴로 걸린다.
홀 교수는 논문에서 알렉산더의 시신이 사후 엿새 동안 전혀 부패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기존 학설로는 이 부분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알렉산더의 사망 원인을 열병과 복통으로 보는 주장은 많지만, 이런 학설들은 숨을 거두기 직전 그의 정신 상태가 거의 정상이었다는 기록에 대해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홀 박사는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신이 썩지 않는) 알렉산더를 신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번 논문이 현실적인 답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32세로 사망한 알렉산더는 숨을 거두기 전 열병, 복통, 대칭적 상행 마비(symmetrical ascending paralysis) 등의 증세를 보였지만 정신은 멀쩡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홀 박사는 알렉산더의 사인을 '캄필로박터 유문 감염(Campylobacter pylori infection)'으로 발병하는 GBS로 진단해야, 고대 그리스학과 의학의 양쪽 관점에서 모두 학문적 엄격함(scholarly rigour)을 견뎌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문은 위와 아래쪽 샘창자 사이의 경계 부위를 말하는데, 알렉산더 사망 당시에도 흔했던 캄필로박터 유문 감염증은 GBS의 주범으로 꼽힌다.
홀 박사는 알렉산더의 증상을 GBS의 변종인 '급성 운동 축삭돌기 신경병증(acute motor axonal neuropathy)'으로 확신했다. 이 병증은 신체를 마비시키지만, 정신착란이나 의식불명을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한다.
맥박보다 호흡으로 사망 여부를 판단하는 고대 진단술의 난점 때문에 알렉산더의 사인이 더 복잡해졌다고 홀 박사는 말한다.
여기에다 신체 마비와 산소 요구량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호흡하는 걸 맨눈으로 알아채기가 어려웠을 거라는 얘기다.
체온 자기조절 기능의 부전(不全)과 동공의 고정 및 확장도 알렉산더의 신체가 부패하지 않고 있던 엿새 동안 그가 살아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홀 박사는 부연했다.
홀 박사는 "새로운 논쟁과 토론을 자극해, 가능하다면 알렉산더의 사망 시점이 지금까지 인정된 것보다 엿새 뒤라는 주장을 담아 역사책이 다시 써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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