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문 전 KTB투자증권 대표 '횡령' 무죄…"경영상 판단"
"개인적 목적 증명 안돼…획일 기준으로 판단하면 회사·경제발전 저해"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권성문(58) 전 KTB투자증권 대표이사가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김연학 부장판사)는 2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권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권 전 대표는 회사 업무와 무관한 미술관 관람 등 개인적인 일정에 회사 출장비를 사용해 6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문제가 된 출장 가운데 상당수는 업무와 관련이 있고, 직접적인 업무 연관성이 모호한 출장들의 경우도 개인적 목적의 여행에 출장비를 횡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 이익보다 개인 이익을 앞세워 손해를 끼치고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는 법적 수단으로 엄격히 통제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임직원이 예산을 범위 내에서 내부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사용하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재량이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것까지 국가가 획일화된 기준으로 섣불리 횡령이라 판단하면 글로벌 시대에 국제 조류를 파악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회사와 국민경제의 발전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형벌권이 경영권 분쟁에서 일방의 편을 들거나 국가기관의 정치적 목적이 담긴 통제 수단으로 남용되면 정경유착의 폐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고경영자의 출장이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명확히 증명되지 않는다면, 업무 관련성이 다소 추상적이라고 해도 섣불리 폄훼하면 안 된다"며 "대표이사로서 업무의 수단이라고 경영상 판단한 것이라 볼 수 있다면 경영상 자율이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권 전 대표가 자격이 없는 임직원에게 투자 관리를 맡겼다는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권 전 대표는 이병철 현 KTB투자증권 대표와 2017∼2018년 경영권 분쟁을 벌인 끝에 보유한 지분 중 상당 부분을 이 대표에게 넘기고 물러났다.
권 전 대표는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시기 검찰 수사를 받았고, 대표직에서 사임한 이후 기소됐다.
한편 재판부는 배임 혐의로 함께 기소된 최희용 전 KTB투자증권 부사장에게는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했다.
최 전 부사장은 KTB투자증권이 출연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의 운영비가 부족해지자 자신이 관리하던 법인카드를 내줘 사회복지법인 직원들이 사용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해당 사회복지법인의 관리업무를 담당했고, 법인카드를 사용하도록 위임한 것은 일차적으로 회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적 이익을 얻었다고 밝혀진 바도 없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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