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브라질 닭고기 수입 제동…이스라엘 대사관 이전 경고?
브라질 재계·육류업계 긴장…정부내에서도 신중론 제기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해 부분적인 수입중단 조처를 했다. 사우디가 브라질산 닭고기 최대 수입국이라는 점에서 육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에 수출하는 닭고기를 보관하는 58개 냉동시설 가운데 33개에 대해 잠정적으로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메시지를 브라질 정부에 전달했다.
수출이 중단된 냉동시설 가운데 상당수가 브라질의 대형 육류업체인 BRF와 JBS의 소유로 알려져 닭고기 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브라질산 닭고기 수출 물량 중 사우디아라비아는 14%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수출국은 중국(11%)이었다.
재계와 육류업계는 사우디의 이번 조치를 이스라엘 주재 브라질 대사관 이전 움직임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이스라엘 주재 브라질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며 친(親) 이스라엘 입장을 드러냈다.
대선 승리 후에도 "이스라엘은 주권국가이며 우리는 이를 존중할 것"이라며 대사관 이전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지난 1일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브라질 내 유대인 공동체 관계자들을 만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대사관 이전 계획을 확인했으며 대사관 이전은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고 말해 대사관 이전을 기정사실로 했다.
아랍권은 브라질의 대사관 이전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사에브 에레카트 사무총장은 보우소나루가 대사관을 이전하면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과 이슬람권 대표 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 등과 함께 브라질 제품에 대한 보이콧을 포함해 정치적·경제적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 정부 내에서도 자국산 육류의 주요 수출 지역이 아랍권이라는 사실을 들어 대사관 이전 문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권은 브라질산 닭고기와 소고기의 2위 수출 대상국이다. 지난해 아랍권에 대한 브라질의 닭고기·소고기 수출액은 135억 달러(15조원)였다.
브라질이 수출하는 닭고기의 45%, 소고기의 40%는 '할랄' 인증을 받고 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말한다. 음식은 채소·곡류 등 식물성 음식과 어류 등 해산물, 육류 중에서는 닭고기·소고기 등이 포함된다.
대사관이 이전하면 도로·철도·전력 등 인프라 분야에 대한 아랍권의 투자가 전면 보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랍-브라질 상공회의소의 후벤스 하눈 소장은 브라질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 국부펀드의 40% 이상이 아랍권에 있다"면서 "아랍권은 브라질의 도로·철도·전력 등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있으나 대사관 이전으로 투자 계획이 취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