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내일 영장심사 후 서울구치소서 대기
법원, 인치장소로 통상 구치소 지정…경호 문제로 박근혜 '예외' 인정
간이 신체검사 후 운동복 갈아입고 발부 여부 기다릴 듯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박초롱 기자 =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구속 기로에 선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결과가 나오기까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22일 양 전 대법원장의 심사 후 대기 장소에 대해 "인치 장소 결정권한은 법원이 가지고 있다"며 "통상의 경우처럼 (서울)구치소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서울중앙지검 10층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린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전직 사법부 수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검찰이나 법원 청사를 인치 장소로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의 경우 경호 관련 법률상 여러 제약이 있다"며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당시 중앙지검을 대기 장소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단순히 예우 차원으로는 인치 장소를 달리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법원이 인치 받은 피고인을 유치할 필요가 있을 때 교도소나 구치소 또는 경찰서 유치장에 유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피의자를 구인한 후 심문한 경우에도 이를 따라야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피의자가 심문을 마치고 유치시설이 아닌 담당 검사실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17년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박영수 특검도 인치 장소를 당시 강남구 대치동의 특검 사무실로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특검 사무실은 형사소송법이 정하는 유치장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부회장의 인치 장소를 서울구치소로 결정했다. 관련 법상 경호 이슈가 있었던 박 전 대통령 사례를 제외하면 그 이후 인치 장소가 검찰 청사로 결정되는 경우는 없었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명재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예정이다.
법원은 이날 질서유지를 위해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날 경로를 통제할 방침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 출석 때 포토라인에 서지 않은 것처럼 양 전 대법원장이 이날도 아무런 말 없이 포토라인을 지나칠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에 영장실질심사가 끝나면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한다.
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자정 무렵, 늦어도 다음 날 새벽 나올 전망이다. 지난달 초 첫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박병대 전 대법관의 경우 오후 3시20분 심사를 마친 뒤 이튿날 오전 0시 40분께 기각 결과를 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치소에 도착해 간이 신체검사를 받은 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영장이 발부 여부가 결정 안 된 피의자도 구치소 입소 때 구속피의자와 같은 절차를 거친 뒤 수용번호가 적힌 수의(囚衣)를 입고 대기해야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11월 구속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피의자를 일반 수용자와 같이 대우하는 것은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제도 개선을 권고했고, 이후 법무부는 이를 수용해 구속 전 피의자의 신체검사를 간소화하는 등 입소 절차를 개선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도 서울구치소에서 같이 대기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달 초 첫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도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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