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목사 아들, 펜스 장벽발언 비난…백악관 대변인 발언도 뭇매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트럼프 행정부 인사들 줄줄이 언행 도마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흑인 인권 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아들인 마틴 루서 킹 3세는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확보 방침 옹호에 킹 목사의 '어록'을 연결지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판했다.
킹 목사 기념일인 이날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언행이 잇따라 도마 위에 오른 모양새이다.
시사지 디 애틀랜틱에 따르면 킹 3세는 마틴 루서 킹 기념일인 이날 "펜스 부통령은 대통령을 마틴 루서 킹 주니어에 비교했다"며 "킹 주니어는 다리를 놓는 사람(a bridge builder)이었지 장벽을 세우는 사람(a wall builder)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마틴 루서 킹 주니어는 '증오가 아닌 사랑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킹 3세는 이날 기념일을 맞아 킹 목사 기념비 등이 있는 워싱턴DC를 방문했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전날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벽 예산 확보 방침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킹 목사의 명연설 '나에겐 꿈이 있다'(I Have a Dream)에 나오는 문구를 인용, "내가 좋아하는 킹 목사의 문구 중 하나가 '지금이 민주주의의 약속을 실현할 때'라는 것"이라며 "그는 입법 절차를 통해 (미국이) 변화하도록, 더욱 완벽한 연방이 되도록 우리를 격려했다. 그것은 정확히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가 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선의의 정신으로 테이블로 와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국경을 지키고 정부 업무를 재개할 것이다. 또한 이민 개혁에 관해 보다 더 폭넓은 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야당인 민주당과 시민사회 단체 등으로부터 "킹 목사의 유산(Legacy)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킹 목사를 기리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킹 목사가 '목숨을 바쳤다'(gave his life)고 했다가 표현의 부적절성 논란에 휘말리며 SNS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인종적 불평등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목숨을 바친 위대한 미국인"이라며 "그의 영감과 희생 덕분에 우리나라는 더 좋은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SNS에는 "킹 목사는 스스로 목숨을 내놓은 게 아니라 살해당하고 암살당한 것", "그가 살아 있었으면 당신과 당신의 권력자에 맞서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다할 때까지 끝까지 싸웠을 것", "당신은 킹 목사가 지키려 했던 그 모든 가치에 대한 수치" 등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해 기념행사 참석 등의 일정 없이 골프를 쳤다 눈총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스 부통령과 함께 워싱턴DC의 킹 목사 기념비를 '깜짝 방문'했으나 머문 시간이 2분도 채도 되지 않았다고 미언론들이 보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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