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갈등 관리할 미래지향적 한일 외교장관회담 돼야
(서울=연합뉴스)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23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를 계기로 한 회담이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내려진 지난해 10월 이후 양국 외교장관의 첫 대면이다. 최근 한일 간 '레이더 갈등'까지 겹치면서 악화한 양국 관계를 진정시키고 지혜롭게 갈등을 푸는 돌파구가 되기를 바란다.
국가 간 이해의 상충으로 갈등 요인은 언제든 돌출할 수 있지만, 한일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사태를 방치하는 것은 어느 쪽에도 이롭지 않다.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한 회담 이후 한일 정상회담도 열리지 않고 있다. 가장 가까운 인접 국가 정상들이 회담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다양한 소통을 통해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외교장관 회담이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강제 징용 배상 판결로 비롯된 문제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대전제에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는 기본적으로 일제 식민지배로 비롯된 개인의 인권 침해 문제다. 한국 정부도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부정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가 없다.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는 합리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일본 정부도 한일 기본협정에도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해석을 인정한 바 있다. 삼권분립 국가의 사법부 판결을 고리로 반한(反韓)감정을 자극하는 일본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국제법 위반을 거론하며 국제여론전을 전개하겠다는 취지의 일본 태도는 외교적 절충을 꼬이게 할 뿐이다. 한국 정부도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행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를 내놓고, 양국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이 과거사와 사법부 판결에 대한 인식의 문제라면, 일본 초계기에 대한 한국 함정의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 비춤) 논란은 사실의 문제이다. 서로 다른 주장으로 맞서면서 당국 간 공방으로 오래 대치할 일이 아니다. 국방 당국 간 협의를 통해 하루빨리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 한일 양국은 군사비밀 정보보호협정까지 맺고 '군사협력'을 약속한 나라이다. 소모적인 진실공방을 되풀이할 일이 아니다. '군사기밀'이라는 서로 다른 사실을 주장하며 대치하지만 말고, 서로의 입장을 소상히 밝히고 오해가 있으면 풀고 매듭지어야 한다.
한일 양국은 경제적으로는 협력관계이고, 외교 안보적으로는 동북아 지역 운명공동체의 일원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곧 열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향후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북일 정상회담 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다. 동북아 평화 질서 구축 과정에서 한일 양국의 협력은 필수이다. 일부 갈등 현안들이 복합적인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전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다보스의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갈등 요소들을 슬기롭게 관리하며 문제를 풀어가자는 공통인식이라도 공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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