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유엔대표부 앞도로, 억류후 사망 '웜비어 길' 추진(종합)
(서울·뉴욕=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이귀원 특파원 = 미국 뉴욕 맨해튼의 주유엔 북한대표부 앞길을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이름을 붙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웜비어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2017년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됐지만 엿새 만에 숨진 미국인 대학생이다.
가족들은 북한 당국에 의한 고문을 주장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웜비어가) 북한에 의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문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17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미 뉴욕시의회의 조 보렐리(36·스태튼아일랜드) 의원은 맨해튼의 주유엔 북한대표부 앞 대로를 '오토 웜비어의 길'(Otto Warmbier Way)로 개칭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렐리 의원의 '웜비어의 길' 추진은 웜비어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자는 취지와 함께 북한의 인권문제를 알리고 압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유엔 북한대표부는 미드 맨해튼의 2번 애비뉴, 43번가~44번가 사이에 있는 '디플로맷 센터' 건물에 입주해있다. 1번 애비뉴에 있는 유엔본부와는 한 블록 떨어져 있다.
보렐리 의원은 '웜비어의 길' 개칭과 함께 이곳에 이를 알리는 거리 안내판을 세울 예정이다.
'웜비어의 길' 개칭안은 51명으로 구성된 뉴욕시의회를 통과하고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서명해야 한다.
보렐리 의원은 "사람들이 거리 안내판을 보고, 이것이 절대 독재자와 독재정권에 직면해 포기된 삶을 상기하기를 바란다"면서 "김정은(위원장)에게 약간은 조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렐리 의원은 이어 "북한 주민들이 고통에, 웜비어의 운명에 이목이 쏠리기를 바라고, 변화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면서 "전 세계 (유엔주재) 외교관들이 매일 이곳을 지나갈 것이다. 그(웜비어)는 우리가 자유 속에서 중시하는 모든 것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스뉴스는 웜비어가 맨해튼에서 생활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에 억류되면서 "비극적으로 이를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버지니아 주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웜비어는 2016년 여름부터 맨해튼에 거주하며 투자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버지니아 주립대 3학년이던 그는 2016년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의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같은 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었다. 2017년 6월 억류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석방됐지만 엿새 만에 숨졌다.
웜비어의 가족은 북한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을 제기했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베릴 하월 판사는 지난해 12월 "북한은 웜비어에 대한 고문, 억류, 재판외(外) 살인과 그의 부모에 입힌 상처에 책임이 있다"면서 북한 측에 약 5억113만 달러(5천643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폭스뉴스는 뉴욕에서 정치적 상징성을 지닌 인사나 사건에서 이름을 따와 도로명에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주유엔 러시아대표부가 있는 맨해튼 '3번 애비뉴, 67번가'의 코너는 소련의 핵물리학자이다가 반체제인사로 돌아선 안드레이 사하로프와 인권운동가였던 그의 아내 옐레나 보네르의 이름을 따 '사하로프-보네르 코너'로 이름 지었다.
또 중국 영사관이 있는 '12번 애비뉴, 42번가'는 톈안먼 시위 희생자들을 기려 '톈안먼 광장 코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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