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소유권 잃지 않고도 개인회생 가능해진다(종합)
채무조정한 주택대출도 1년 성실상환하면 정상으로 재분류
회생법원-신용회복위원회, MOU 맺고 시범 시행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박의래 기자 = 담보로 잡힌 주택의 소유권을 가진 상태에서 개인회생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시범 시행된다.
이 제도에는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사이에 주택을 잃어버려 월세 등을 전전하며 더 높은 주거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모순을 해결하자는 취지가 깔려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17일 신용회복위원회, 금융위원회와 이런 내용의 '주택담보대출채권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을 시범 시행하기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하에서 개인회생절차에 들어간 채무자는 개별적으로 자신이 진 빚을 변제할 수 없다.
따라서 보유한 주택으로 담보대출을 받았던 채무자의 경우 해당 대출채권이 연체상태에 빠진다.
연체상태가 이어지면 경매 등 강제집행 절차가 진행돼 주택 소유권을 잃게 된다.
집을 잃어버린 채무자는 결국 월세 등을 살면서 기존의 이자 비용보다 더 큰 주거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주거 불안이 생활의 불안정으로 이어져 변제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되는 등 개인회생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채무자는 개인회생절차를 진행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채권자와 채무 재조정에 합의해 주택 소유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대상은 주택가격 6억원 이하이면서 부부합산 연 소득 7천만원 이하인 실거주 주택이다.
법원에 이 프로그램을 신청해 회생이 시작되면 법원은 신용회복위원회에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안을 마련하게 한다.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안이 나오면 법원은 신용대출 채무 상환 계획을 짤 때 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먼저 제외하고 남는 돈으로 신용대출을 갚게 한다.
대신 개인회생 변제 기간은 최대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신용채권자 회수금액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한다.
회생계획이 만들어지면 채무자는 회생안에 따라 신용채무를 먼저 변제하고 이 기간에 주택담보대출은 이자만 낸다. 주택담보대출 원금 상환은 신용채무 변제가 끝나면 시작된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부터 관할 개인회생 사건에 우선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시행 추이를 보면서 적용 지역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렇게 재조정된 이자를 정기적으로 상환하면 주택은 그대로 보유할 수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채무자의 실질적 갱생이라는 개인회생제도의 목적을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들에게 더 강화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으로 손해를 보는 채권자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채권의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도 바꾼다.
지금은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 조정한 채권은 채무자 간 거치 기간 종료 후 5년 이상 성실 상환해야 정상채권으로 재분류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택담보대출은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 조정한 채권이라도 거치 기간을 포함해 1년간 성실 상환하면 정상채권으로 재분류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최소 5년간 고정이하채권을 보유하며 많은 대손준비금을 쌓아야 하지만 이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6월까지 이런 방식으로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바꿀 계획이다.
이 밖에도 신용회복위원회는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 시 채무자 여건에 따라 거치기간이나 금리감면 등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협약으로 주택 경매에 따른 주거상실 우려 없이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돼 채무조정안 이행 성공률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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