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들 줄줄이 '표절 의혹'…커지는 자정 목소리
평교수에서 총장 후보까지…"성과주의 학계 문화가 원인, 검증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서울대 교수들의 잇따른 표절 의혹으로 서울대가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 내부에서는 지금이야말로 표절에 둔감한 학계 문화를 바로 잡아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서울대에 따르면 대중 강연, 방송 출연, 신문 기고 등으로 유명한 '스타 인문학자'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 교수가 표절 의혹에 휘말린 가운데 지난 9일 사직했다.
배 교수는 국내 최초의 타르굼(구약성서의 아람어 번역판) 창세기 역주서로 화제가 됐던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2001년 출간) 등 단행본과 국내 학술지 논문을 다수 냈다. 이 중 여러 편에 대해 표절과 중복게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서울대 국어국문과 박모 교수도 표절 문제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연구부정을 조사하는 교내 기관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2017년부터 표절 의혹이 제기된 박 교수의 논문 11편과 단행본 1권에 대해 "연구진실성 위반의 정도가 상당히 중한 연구 부정행위 및 연구 부적절 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서울대 관계자는 "조만간 박 교수에 대한 징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총장 최종후보까지 표절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강대희 의과대학 교수는 제27대 서울대 총장 최종후보로 선출됐지만, 논문표절과 성희롱 의혹이 일자 자진해서 사퇴했다.
연구진실성위원회는 강대희 교수의 논문 6편을 검토한 결과 일부 논문에서 '자기표절'이 있다고 판단하고 교육부에 보고했다.
강 교수는 의혹이 제기되자 "저의 부족함을 깨닫고 여러 면에서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총장 후보직을 내려놨다.
평교수부터 총장 최종후보까지 서울대에서 교수들의 표절 논란이 반복되자 자정을 요구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병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학내 표절 논란과 관련해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서울대 교수의 표절, 자기 비판'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정 교수는 "작금의 표절 사건들은 오래 쌓인 인문대의 고질이 비로소 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한두 교수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 전반의 문화와 관계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에 한번 판을 크게 흔들어서 도약의 전기로 삼아도 좋을 것"이라고 적었다.
정 교수는 글을 지웠지만, 해당 게시물은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공유되어 학내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서울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A씨도 잇따른 표절 문제에 대해 "연구윤리 의식의 부재와 성과 위주의 학계 문화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화 전반을 바꾸고, 동료들이 서로의 논문을 검증해주는 피어리뷰(peer review) 시스템 등 표절을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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