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2019 신춘문예 당선시집·시시한 역사, 아버지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아무도 모르는 기적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 2019 신춘문예 당선시집 = 국내 주요 일간지 신춘문예 시와 시조 당선작과 신작시 5편씩을 함께 묶었다.
올해 당선작들은 전통 서정과 형식 실험의 이분법을 넘어 언어에 천착하면서도 생활을 놓지 않으려는 목소리가 돋보였다.
시단에 첫발을 내딛는 시인들의 각기 다른 상상력과 낯선 목소리, 시적 긴장을 직조해 내는 역량 등을 한눈에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번 시집에 실린 작가는 권기선·권영하·노혜진·류휘석·문혜연·박신우·설하한·오경은·조온윤·최인호·강대선·김성배·이현정·최보윤 등이다.
문학세계사. 214쪽. 1만2천원.
▲ 시시한 역사, 아버지 = '고산자 김정호'의 작가 우일문이 아버지를 그린 회고록.
아버지가 왜 늘 화가 나 있었는지, 왜 적성에 맞지 않는 농사를 짓고 있는지 화자인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형 대신 인민 의용군으로 차출된 아버지는 미군 포로 생활을 하다 '민간인 억류자'로 풀려났지만 사상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어디에도 취직할 수 없게 된다.
한 많은 가족사로도, 모욕과 수치의 현대사로도 읽히는 이 책은 일제와 해방, 전쟁과 서슬 푸른 반공 국가를 견뎌온 모든 아버지 이야기이자 그 아들의 이야기다.
유리창. 352쪽. 1만5천원.
▲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 시인이자 소설가인 원재훈의 손바닥 소설.
책 속의 작품들은 길이의 한계를 떨쳐버리고 인생에 대한 통찰과 긴 여운을 선물한다.
표제작은 사람과 반려동물 위치를 바꿔 세상을 들여다보는 풍자성을 담고 있다.
그의 소설은 잘 벼려진 문장과 서사적 구조에 시인다운 시적 함축성이 돋보인다.
작가는 후기에서 '이제 내 손바닥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손바닥에 무엇인가를 쓰고 싶다. 폭력적인 손바닥엔 친절과 겸손을, 추행의 손바닥엔 경건과 순결을, 핵폭탄의 손바닥엔 사랑과 평화를, 뭐 이런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고 적었다.
가갸날. 223쪽. 1만3천500원.
▲ 아무도 모르는 기적 = 소설 '객주', '홍어' 등을 쓴 한국문학계 거장 김주영 신작소설.
설화(민담)의 전통에 근간을 둔 짧은 소설로, 195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여덟살 시골 소년 '준호'는 아버지를 따라 장마당으로 길을 나서며 천태만상이 벌어지는 세상과 첫 대면을 한다.
돌아가던 길에 아버지를 잃어버리고 다른 장사꾼들과 화물트럭 적재함을 얻어타고 집으로 향하나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 도로를 막아선다.
겁에 질린 사람들은 궁리 끝에 한 사람을 제물로 바치기로 하고 아직 어린 준호를 위험에 빠뜨리는 데 주저함이 없는 모습을 보인다.
속물적이고 위선적인 어른들의 행동을 순박한 소년의 모습과 대조해 우리 사회 고질적인 문제와 병폐를 예리하게 풍자한다.
문학과지성사. 100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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