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집시 사진이 경고하는 홀로코스트의 위험성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국제교류재단 사진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독일 사진작가 겸 민속학자 한스 벨첼(1902∼1952)은 1930년대 독일 동부 데사우에서 '집시'를 촬영했다. 유럽 각지를 돌아다닌 유랑민족으로 알려진 집시와 교유하며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집시에 관한 연구서를 읽었다.
하지만 민족주의와 전체주의에 기반을 둔 나치즘 열풍이 독일에 몰아치면서 집시는 배척해야 할 대상이 됐고, 나치는 그들을 학살했다.
벨첼에게 집시는 정겹고 따스한 이웃이었지만, 그는 죽음에 직면한 집시를 외면해 홀로코스트에 암묵적으로 공조했다.
벨첼이 찍은 집시 사진이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 KF 갤러리에서 열리는 사진전 '이웃하지 않은 이웃, 홀로코스트 집시 희생자와 타자의 초상'을 통해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와 국제교류재단 주관이다.
연구소는 14일 "영국 리버풀대학 도서관이 소장한 홀로코스트 집시 희생자에 대한 사진 자료를 지난해 데사우, 리버풀 전시에 이어 유럽 이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소개한다"고 했다.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인 1월 27일에 즈음해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임지현 서강대 교수와 영국 역사가 이브 로젠하프트, 한국 작가 자우녕·손이숙이 기획을 맡아 홀로코스트를 역사와 예술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조명한다.
벨첼이 남긴 사진뿐 아니라 나치 학살 관련 기록물·서적·다큐멘터리, 한국 작가 이동근·임나리·이호억 작품 등 80여 점을 공개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특별히 악하지 않은 보통 사람도 계기만 있으면 홀로코스트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비판적 성찰이 전시의 출발점"이라며 "관람객이 홀로코스트는 과거가 아니라 현대문명에 잠재된 위험이며, 한국사회 또한 민족주의에 안주해 새로운 시대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개막일 오후 5시 학술 세미나를 열고, 오는 31일과 다음 달 28일에는 전시 관련 특강도 개최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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