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인격자·강철 체력·천재적 두뇌가 만났다…영화 '글래스'
M.나이트 샤말란 감독 신작…신들린 연기, 템포는 느린 편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24개 다중인격을 지닌 케빈('23 아이덴티티'), 어떤 충격에도 다치지 않는 강철 체력의 데이비드 던, 그리고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 미스터 글래스('언브레이커블').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자신의 전작에 나온 캐릭터들을 한 자리에 불러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신작 '글래스'는 '23 아이덴티티' '언브레이커블'에 이은 슈퍼히어로 시리즈 완결편이다.
'식스 센스'(1999)를 시작으로 기발한 상상력과 독창적인 반전으로 관객을 매번 놀라게 한 감독은 이번에도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독특한 빅픽처를 펼쳐 보인다.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은 마블이나 DC 코믹스 속 슈퍼히어로들과는 전혀 다르다. 비범한 능력을 지녔지만, 평범한 사람 속에 숨어 지낸다. 영웅이기도 하고, 악당이기도 하다.
영화 전반에는 존재론적·철학적 성찰이 깔려있다.
세 인물은 스스로 세상을 구원할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그들은 범죄를 일삼는 범죄자이자 과대망상증 환자일 뿐이다.
내적 자아와 세상의 편견 사이에서 오는 충돌은 '나는 진짜 누구인가' '슈퍼히어로는 실제 존재하는가'와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런 질문의 해답을 찾는 과정 중심에는 글래스가 있다.
전작들을 보지 않았더라도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다. 감독은 회상 장면과 대사를 통해 이들의 과거를 비교적 친절하게 알려준다.
데이비드 던(브루스 윌리스)은 수년 전 131명이 숨진 필라델피아 열차 사고에서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유일하게 목숨을 건진 생존자다. 그 일을 계기로 던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깨닫고, 경찰이 잡지 못하는 범죄자들을 응징하며 살아간다.
케빈(제임스 매커보이)은 어린 시절 어머니 학대로 24개 다중인격을 지니게 된 인물. 가장 최근 발현한 통제 불가의 24번째 인격 비스트는 인간을 초월한 신체적 능력을 보여준다.
던은 케빈이 납치·감금한 소녀들을 찾아내 풀어주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경찰에 붙잡혀 정신병원에 격리된다. 그곳에서 이미 오랫동안 감금된 미스터 글래스(사무엘 L.잭슨)와 조우한다. 글래스는 사소한 충격에도 유리처럼 뼈가 잘 부러지는 희소병을 앓는다. 정신과 의사 엘리 스테이플 박사(세라 폴슨)는 3명이 과대망상증 환자임을 증명하고 치료하려 한다.
세 사람 중 가장 도드라진 인물이 케빈. '23 아이덴티티'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 제임스 매커보이는 이번에도 시시각각 바뀌는 다양한 인격을 신들린 듯 연기했다. 신체 변화를 동반한 비스트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각기 다른 세계에 있던 캐릭터가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롭지만, 전개 과정은 느린 편이다.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치밀하지 못하다.
철학적 성찰을 만화적 어법으로 풀어낸 '언브이레커블' 처럼, 신작에서도 코믹북은 글래스가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는 주요 근거로 사용된다. 감독의 세계관에 동의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빅픽처와 반전에서 오는 쾌감은 기대보다 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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