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리아 남부 국경에는 계속 주둔 추진…이란 견제"
중동 전문 英매체 보도…"볼턴, 美 철군계획 5개 핵심 터키에 전달"
"전투기 제한구역 등 쿠르드 보호방안 등 타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이 시리아에서 철군을 시작했지만 이란을 견제하고자 남부에 당분간 기지를 남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중동 전문 매체가 보도했다.
12일 영국에서 운영되는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에 따르면 최근 터키를 방문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시리아 철군에 관한 5개 핵심 사안을 담은 비공식 문건을 터키 측에 전달했다.
5개 핵심 사안은 ▲ 시리아 남부 탄프 기지 유지 ▲ 쿠르드 민병대 보호대책 ▲ 극단주의 조직원 포로 석방 반대 ▲ 질서 잡힌 철군 ▲ 철군 완료까지 대테러전 계속 수행으로 요약된다.
미국은 이 문건에서 쿠르드 지역인 시리아 북동부에서는 철수하더라도 남부 탄프(알탄프 또는 앗탄프) 기지에는 당분간 병력을 남긴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익명을 요구한 터키 당국자가 MEE에 밝혔다.
탄프는 시리아·이라크·요르단의 국경이 만나는 시리아 남부 요충지다.
미국의 최대 우방인 이스라엘은 시리아 미군이 떠나면 이란 세력이 시리아 남부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리라 우려하며 미군 철수에 반대하고 있다.
이란 세력을 시리아에서 몰아내겠다고 다짐한 미국은 탄프 기지는 이란 견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 남기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 철수 일정과 관련 터키 당국자들은 120일이 걸리리라 예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 보좌관은 또 이번 방문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 보호대책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YPG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국제동맹군의 지상군 주력을 담당했으나 터키는 이들을 안보위협으로 여기며, 미군 철수 후 YPG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익명의 터키 당국자는 "미국은 터키, 다른 동맹국과 함께 시리아 북동부 상공을 전투제한구역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를 원한다"면서 "미국은 IS 격퇴전 협력 부대에 대한 탄압에 반대한다"고 MEE에 설명했다.
터키군이 공습에 나서지 못한다면 시리아 북동부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수행하기는 힘들다.
볼턴 보좌관은 11일(미국동부 현지시간) 세일럼 라디오 채널과 인터뷰에서도 자신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모두 터키가 쿠르드를 해치지 않기로 한 걸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쿠르드 민병대 보호를 강조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철군 결정으로 '동맹 배신' 비판이 거세기도 하거니와 자칫 시리아 북동부 전체가 러시아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에 넘어갈 판이기 때문이다.
YPG 정치세력은 아사드 정권에 북동부 통제권을 반납하는 대신 제한적인 자치를 인정받는 방안을 놓고 러시아를 '보증자'로 세워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드와 시리아 정부가 합의에 이른다면 국제동맹군은 피 흘려 IS로부터 지킨 시리아 최대 유전을 포함한 시리아 북동부 전체를 아사드 정권에 고스란히 상납, 러시아의 중동 내 영향력만 키워준 꼴이 된다.
터키는 그러나 군사작전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으며 러시아와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11일 터키 매체와 인터뷰에서 "터키가 쿠르드를 학살할 것이라는 둥 터무니없는 핑계로 미군 철수가 지연된다면, 우리는 (기다리지 않고) 군사작전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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