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문학자 배철현 서울대 교수, 표절의혹 제기 후 사직
"그만두려고 생각해 와서 그만둔 것"…표절의혹 부인
서울대, 조사·징계 절차 없이 사표 수리…'면죄부' 논란
(서울=연합뉴스) 오예진 기자 = 대중 강연, 방송 출연, 신문 기고 등으로 유명한 '스타 인문학자'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가 표절 의혹에 휘말린 가운데 사직했다.
12일 서울대와 배 교수에 따르면 배 교수는 이달 초 서울대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학교측은 지난 9일 이를 수리했다.
배 교수는 국내 최초의 타르굼(구약성서의 아람어 번역판) 창세기 역주서로 화제가 됐던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2001년 출간) 등 단행본과 국내 학술지 논문을 다수 냈으며, 이 중 여러 편에 대해 표절과 중복게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의혹은 지난해 말 원주 가현침례교회 이성하 목사 등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표절반대 신학그룹'에서 처음 제기됐다.
의혹 제기 내용에 따르면 배 교수의 국내 학술지 논문과 학술 단행본 중 영미권 학자가 쓴 영어 논문·저서·역주서·해설서 등을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또 배 교수가 옛날 논문 중 많은 분량을 몇 년 후에 일부분만 바꾼 후 다른 학회지에 실은 중복게재 의혹 사례도 여러 건 제기됐다.
배 교수는 의혹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의혹을 제기했던 이성하 목사에게는 몇 차례 이메일 등으로 본인의 입장을 해명하며 만남을 제의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배 교수는 "표절 (의혹) 그런 것을 전혀 몰랐다"며 "표절 문제는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고 누구나 다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직서 제출에 대해서는 "그만두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만둔 것"이라며 표절 의혹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성하 목사는 "(배 교수의 사직서 제출이) 면피성이고 회피라고 생각한다"며 "본인이 정정당당하다면 조사를 받으면 되고 부당하다면 항의나 해명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대는 배 교수의 표절 의혹에 대해 연구진실성위원회 조사나 징계위원회 회부 등 절차를 밟지 않고 사표를 수리했다. 이에 따라 '면죄부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표절 시비와 관련해 교무처도 그런 상황이 있다는 것은 알아본 것 같다"며 "다만 경찰에 확인한 결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며, 징계 시효 등 문제가 있어 징계 추진에 실익이 없다고 보고 사표를 수리했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연세대 신학과 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2001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고대 근동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세종대 교수를 거쳐 2003년 서울대 인문대 종교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일간지 칼럼 기고와 지상파 방송 강연 등 대중 상대 활동을 활발히 해 왔으며, 지난해 12월부터는 국내 대학교수들이 모여 문화예술과 인문 분야의 강의를 하는 민간학술기관 '건명원'(建明苑)의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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