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권력의 칼' 오명 벗나…규정 정비 잇따라
'세무조사 오인' 현장확인 출장증 개선…조사범위 확대 사유 합리화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정부가 세무조사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법령·규정 정비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정치적 도구로 악용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세무조사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과거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현장확인 출장증에 출장 목적이 '세무조사가 아님'을 명시하는 내용의 법인·소득세 등 사무처리 규정 개선안을 행정 예고했다.
현장확인 출장은 납세자가 제출한 증빙 서류만으로 신고 내역이 정확하게 소명되지 않을 때 세무공무원이 현장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다.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는 세무공무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해야 하지만, 현장확인은 '사실관계 확인' 이상의 자료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그런데도 세무공무원이 지참하는 현장확인 출장증에는 '질문조사권 또는 질문검사권에 따른' 출장이라고 적혀 있어 납세자가 세무조사로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런 지적에 대해 "대법원 판례 취지 등을 반영해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확실히 취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개선된 현장확인 출장증에는 '현장확인은 세무조사가 아님'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또 출장 공무원이 현장확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한 질문이나 자료 요구를 하면 납세자보호담당관에게 권리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점도 안내했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초 입법 예고한 국세기본법 시행령에는 세무조사 범위의 확대 사유를 합리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행령상 세무조사 확대 사유 중 '구체적인 탈세 혐의가 있어 세무조사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서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삭제됐다.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시행규칙 변경만으로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정부 재량을 축소한 셈이다.
재조사 금지의 예외 사유 중 하나인 '과세자료 처리'는 '과세관청 외의 기관이 취득해 과세관청에 제공한 자료의 처리'로 구체화했다.
국세청이 자신들이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조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4월 외부에 공개하는 조사 규정에 '표적 조사' 악용 논란을 빚었던 교차 세무조사의 절차와 범위를 공개적으로 처음 명시하기도 했다.
내부 지침으로만 운영했던 교차 세무조사 관련 규정을 공개해 내부 기강을 다진다는 취지였다.
과거 정치적 논란이 된 세무조사를 점검한 국세 행정개혁 태스크포스(TF)는 2017년 11월 태광실업 교차조사 과정에서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8년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는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실마리가 됐고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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