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조직위원장 공개오디션서 '청년·여성 반란'
어제 30대 돌풍 이어 오늘 서울 강남병·양천을서도 여성, 40대 선발
순발력 테스트?…정치능력 가려내기엔 '피상적 검증'이란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이은정 기자 = 자유한국당의 조직위원장을 뽑기 위한 공개오디션 이틀째인 11일에도 30·40과 여성의 약진이 이어졌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부터 영등포 당사에서 공개오디션을 열고 서울 양천을, 서울 강남병, 울산울주, 대구동구갑, 경북경산 등 5곳에 대한 조직위원장 심사를 계속했다.
오디션은 후보자 모두 발언, 심사위원의 정책·시사 관련 질의, 평가단의 중간평가, 후보 간 토론 배틀 등을 거치면서 쉴 새 없이 진행됐다.
후보자의 발언은 짧게는 30초, 길게는 3분 이내로 제한됐다. 시간을 넘기면 '경고음'이 울려댔다.
이날 첫 순서인 서울 양천을은 변호사 출신 손영택(47)씨와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오경훈(55)씨의 대결이었다.
손씨는 "젊은 보수의 경쟁력을 가진 젊은 리더가 당협위원장이 되어 당을 이끌어야 한다"며 젊음을 앞세웠다.
오씨는 "2000년 16대 총선에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20년간 양천을 지역에서 당 활동을 하고 있다"며 경륜과 기반을 내세웠다.
심사위원단과 평가단의 최종 결과는 78 대 63으로 손씨의 승리였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손씨와 오씨가 심사위원단·평가단의 합산 점수에서 동점을 받아 재투표까지 치르는 진풍경 끝에 나왔다.
사회자는 "(동점이 나오기까지 평가는) 다 무효고, 두 분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분이 1분 발언한 뒤 다시 한번 더 평가에 들어간다. 이것은 비상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진 서울 강남병 심사에서는 여성인 이재인(전 대통령실 고용복지수석실 여성가족비서관·60)씨가 김완영(전 국회의장실 정무비서관·44)씨를 누르고 조직위원장에 선발됐다.
한국당이 조직위원장을 공개오디션으로 뽑는 것은 정당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후보자들의 모두발언과 토론에 이어 평가단이 쏘아올린 점수까지 생방송으로 유튜브를 통해 중계됐다. 마치 아이돌 가수를 뽑는 오디션 예능처럼 승리자와 탈락자의 희비가 즉석에서 엇갈렸다.
당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밀실 심사를 통해 조직위원장을 뽑던 그동안 관례와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다.
이같은 선발 방식 때문인지 공개오디션 첫날인 전날에도 당의 전통 텃밭으로 통했던 서울 강남을 지역에서 30대 초반 정치신인인 정원석(31)씨가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이지현 전 서울시의원을 꺾고 돌풍을 일으켰다.
서울 송파병에서도 김성용(33) 전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중앙미래세대위원장이 김범수 ㈔세이브NK(북한인권 통일준비 NGO·46) 대표를 눌렀다.
서울 용산구에서는 황춘자 전 서울메트로 경영기획본부장이 3선 의원출신인 '역전노장' 권영세 전 주중대사를 이겼다.
이변이 잇따르면서 공개오디션의 주목도는 올라갔지만, 당 일각에서는 1시간가량 안에 자기 홍보(PR)와 토론, 시사·지역 현안 관련 질의에 평가까지 끝내다 보니 검증이 피상적으로 흐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나치게 프레젠테이션 능력 등 '포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말만 번지르르한 채 정치인으로서의 실질적인 경쟁력 평가는 간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양천을 오디션에 나섰던 오경훈씨는 오디션 도중 "말 느린 사람에게는 굉장히 불리한 시스템이다. 당 살릴 방안을 3분, 1분 30초 안에 어떻게 답변하겠는가. 순발력 테스트도 아니고"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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