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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천착한 60년…거북이처럼 꾸준히 걷다보니 이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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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천착한 60년…거북이처럼 꾸준히 걷다보니 이까지 왔다"
미술평론가 이구열, 미수 맞아 에세이·비평 모은 '청여산고' 발간
"박수근 등 1960년대 작가 유독 기억에 남아…요즘 평론 비판적 시선 부족"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최순우, 이경성, 고희동……. 최근 출간된 '청여산고'(에이엠아트 펴냄) 첫 장에는 우리 근현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1963년 11월 미술사학자 최순우, 미술평론가 이경성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 서양화가 고희동을 만난 이는 경향신문 미술기자 이구열이었다. 잡지 '미술' 1호에 실을 인터뷰를 위해서였다.
황해도 연백 출신으로 한때 화가를 선망했던 젊은이는 1959년 27살에 민국일보에 입사하며 미술과 인연을 맺었다. 이구열은 이후 여러 매체를 거치며 미술기자로 착실히 기반을 다졌고, 1975년에는 한국근대미술연구소를 세워 미술비평가 겸 연구자로 나섰다.
이 씨는 자기 이름에서 따온 '龜'를 넣어 글을 종결짓곤 했다. 미술계 사람들이 그를 '거북씨'로 칭한 까닭이다. 또한 한국 근현대 미술과 문화재 현장을 부지런히 누비며 기록하고 분석한 그에게 '거북씨'는 가장 어울리는 별칭이기도 했다.
한국 근현대미술은 그에게 큰 빚을 졌다. 2001년 설립된 삼성미술관 리움 한국미술기록보존소만 해도 그가 기증한 자료 4만여 건을 근간으로 삼는다. 그는 '한국근대미술산고', '한국문화재수난사' 등 역작도 여럿 펴냈다.
이번에 발간된 미수기념문집 '청여산고'는 지난 60년간 이 씨가 신문, 잡지, 학회, 간담회, 세미나 등 다양한 매체와 기회를 통해 발표한 원고 중 100편을 추려 2권으로 나눈 것이다. 다양한 시대와 장르, 작가를 망라한 책은 "한국미술의 시대의 얼굴"(김복기 아트인컬처 대표)로 평가함 직하다.



이 씨는 10일 연합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원래 미술과 문학을 좋아했고 다른 재주는 없었던 탓에 미술에 발을 담그게 됐다"라면서 "(거북 구) 이름 때문인지 몰라도 꾸준히 한 길만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다 안다거나 제 관점이 옳다는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라면서 "작가의 예술적 성과나 내면적 깊이를 소개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열심히 작업에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미술 관련 자료가 워낙 없었어요. '타임'과 '뉴스위크' 아트 섹션을 보면서 세계 미술 흐름을 열심히 따라잡으려 노력했고, 나 나름대로 우리 화단과도 비교했어요. 일본 책도 열심히 구해다 읽었죠."
고희동, 박래현,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장발, 도상봉, 오지호, 문신, 이쾌대, 이대원, 나혜석, 이인성, 오세창, 이성자…. 그가 만난 작가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이번 책에도 이들과의 다채로운 일화가 실렸다.
이 씨는 그중에서도 1960년대 활동했던 작가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특히 박수근 선생과는 깊은 접촉을 했다. 대화도 많이 했고, 막걸릿집에도 자주 갔다"고 회고했다.
1970년대 초 나혜석을 새롭게 조명한 것도 이 씨 업적으로 꼽힌다. 그는 "이전까지 나혜석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저널리스트가 없었다"라면서 "옛 자료를 뒤지면서 나혜석이 얼마나 빛나는 존재였는지 뒤늦게 알았다"라고 강조했다.
근현대미술사를 관통한 원로는 요즘 한국 미술비평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는 "미술 매체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많이 나오는데 전달에 치중한다는 느낌이 든다"라면서 "비판적 수용이나 분석적 비평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미술계 전반적으로 옛 선대 작가에게 관심이 적고, 자연히 아는 것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펴낸 제 책이 조금이나마 이들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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