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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추태] ③뭇매 맞는 해외연수…이러다 무용론까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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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추태] ③뭇매 맞는 해외연수…이러다 무용론까지(끝)
'레밍' 발언 파문 1년 반만에 가이드 구타사건 터져
일부 의회 연수예산 미편성, 일정 직접 짜고 사전·사후 검증 강화

(전국종합=연합뉴스) 경북 예천군의회 박종철 의원이 지난해 12월 23일 해외 연수 중 현지 가이드에게 주먹을 휘둘렀다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박 의원은 말다툼 중 손사래를 치다가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버스 내 폐쇄회로(CC)TV 판독 결과 일방적인 폭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일부 의원들이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 데려다 달라"고 가이드에게 요구했었다는 점에서 박 의원의 주먹질에는 연수일정에 대한 불만이 섞였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동료의원들 구경만"…박종철 의원 가이드 폭행 CCTV 공개 / 연합뉴스 (Yonhapnews)
지방의원들의 '국외공무여행', 소위 해외 연수는 도마 위에 오르기 일쑤이다. 호된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매년 반복된다는 게 문제다.
외유성 해외여행이라거나 혈세 낭비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지방의회 무용론마저 터져 나온다. 해외 연수에 대한 구설이 번번이 이어지면서 성난 민심 역시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수해 속 연수, 업자 낀 시찰, 패키지여행까지
2017년 7월 청주에는 290㎜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사상 최악의 수해가 났다.
물난리가 난 후 이틀 뒤 충북도의회 일부 의원들은 보금자리를 잃은 시민들의 아픔을 뒤로 한 채 해외 연수를 떠났다.

스스로 반성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김학철 당시 도의원은 자신들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는 국민을 쥐의 일종인 '레밍'에 빗대 폄훼했다가 여론의 호된 뭇매를 맞았다.
이 일이 터진 지 1년 반도 채 되지 않아 예천군의회 의원의 현지 가이드 폭행 사건으로 또다시 지방의원 해외 연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비난의 수위야 다르지만, 지방의원들이 무분별한 해외 연수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경남 합천군의회는 현직 의원의 형이 근무하는 여행사와 해외 연수 계약을 했다. 게다가 외유성 연수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결국 해외 연수를 취소했다.
인천 연수구의회는 2017년 5월 여행사의 패키지 관광상품을 이용해 해외 연수를 다녀왔고, 이 의회의 한 의원은 해외 연수 중 미국 대학에 다니는 자녀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물의를 빚었다.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업체 직원이 낀 가운데 말레이시아 레고랜드를 시찰했다가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외유성 시찰이라는 점에서다.
충북·청주경실련 관계자는 "주민을 아랑곳하지 않는 지방의원들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해외 연수 포기·심사규정 강화 이어져
올해 들어 해외 연수를 아예 포기한 곳이 있다.

부산의 동구·강서구의회는 해외 연수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 민생을 위해 힘쓰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중구의회의 한 의원은 의회 개회 전 "예산이 드는 해외 연수는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레밍'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충북도의회는 공무국외 활동 규칙을 개정, 사전준비를 의무화하고 사전 심사 및 사후 검증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의원들은 지난해 9월 여행사 도움 없이 연수일정을 짰다.
현지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연수 상황을 실시간 보고한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다른 의회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울산시의회는 작년 12월 해외 연수에 대한 사전 심사 기능과 사후 관리를 부쩍 강화했다.
의원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에 시의원 참여를 완전히 배제한 것인데, 앞으로는 민간 위원들로만 채워지게 된다.
사전심사제도 역시 강화됐는데 해외 연수 70일 전까지 기본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광주시의회도 한 달 전 관련 규정을 개정, 의원 3명과 외부인사 4명이 참여하던 심사위 구성원을 의원 1명, 외부위원 6명으로 변경했다.
경남도의회도 심사위원 9명 중 6명을 민간 위원으로 구성하기로 했고, 경기도의회는 심사위의 지적·요구 사항을 각 의원에게 미리 알려 해외 연수 논란을 사전 차단하기로 했다.

◇ "관광 분위기 만연"…사전·사후 검증 강화해야
지방의회의 관련 규정 강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의 따가운 시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해외 연수를 단순히 '관광'으로 보는 시각이 사회에 만연한 탓이다. 선진 시책 벤치마킹은 뒷전이고 결과보고서 역시 맹탕이라는 점에서다.
박재욱 신라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외국의 우수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기능의 지방의원 해외 연수가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일부 의원들은 자료를 베껴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시찰을 다녀온 건지 여행을 하고 온 것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은 뒤 "의원 평가 때 해외 연수 보고서 내용을 주요 판단근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단순 시찰 혹은 외유성 여행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갖고 목적 및 필요성을 계획 단계에서부터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실장은 "목적에 맞는 대상지와 면담자를 선정한 후 해외 연수를 다녀오고 사후 검증을 철저히 받아야만 세금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원평화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지방의원들이 업체 직원과 함께 시찰에 나서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부적절한 행태"라며 "연수 목적에 맞게 일정을 짜임새 있게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호, 김선경, 김호천, 노승혁, 박영서, 심규석, 장덕종, 장영은, 차근호, 홍창진 기자)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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