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러시아에 쿠릴 4개섬 배상청구권 상호 포기 제안 방침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 정부가 러시아에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에 관한 배상 등의 청구권을 상호 포기하는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8일 전했다.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쿠릴 4개 섬은 일본과 러시아 간 영유권 분쟁이 있는 곳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 내에선 평화조약과 동시에 청구권 포기를 규정한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전후(戰後·일본의 2차대전 패전 이후) 현지 거주가 불가능해진 일본인 옛 주민의 재산권에 대해 러시아에 배상을 청구하지 않는 대신 일본 정부가 그만큼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 미국 등 연합국과 평화조약을 체결했지만, 러시아와는 영토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는 1956년 소·일 공동선언으로 국교를 회복하면서 "평화조약 체결 후 4개 섬 중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를 일본에 인도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양측 모두 에토로후(擇捉), 구나시리(國後)를 포함한 4개 섬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지금까지 합의가 이행되지 않았다.
쿠릴 4개섬에 대해 일본은 "러시아가 불법 점거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러시아는 "2차대전의 결과, 합법적으로 편입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소·일 공동선언은 양국 정부의 전쟁 상태를 종결하는 것과 함께 "(옛 소련이 대일 참전한) 1945년 8월 9일 이후 전쟁의 결과로 생긴 모든 청구권을 상호 포기한다"고 명기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그동안 "공동선언은 전쟁 상태가 끝날 때까지의 '약탈과 재산의 손괴'를 염두에 둔 것으로, 옛 섬 주민의 토지소유권 등에 근거한 청구권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는 국가와 옛 섬 주민에게 러시아에 대해 배상 등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의 영토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일본 정부는 청구권을 인정하는 입장으론 협상이 힘들어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지난해 3월 현재 옛 섬 주민은 약 6천명 규모로 추산된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일본에 배상을 청구하는 사안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신문에 말했다.
일본은 양국이 청구권을 상호 포기할 것을 러시아에 요구하고 이와는 별도로 경제협력 등의 명목으로 지원 방안을 고려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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