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언론에 낱낱이 까발려진 공직사회 부조리
"떡값·급행료 일상화, 박봉 공무원이 인기 있는 이유"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베트남 공직사회에 만연하는 부조리가 현지 언론에 낱낱이 공개됐다.
7일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에 실린 베트남 경제정책연구원의 응우옌 칵 장 연구원의 칼럼에서다.
장 연구원은 "설이 다가오면서 요즘 기업 하는 친구들의 공통 화제는 계속되는 공무원들의 방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불시 소방점검, 식품위생 점검 등을 명분으로 찾아오는 공무원들에게 대다수 기업인은 설 선물을 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상공회의소(VCCI)가 2016년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도 45%가 공무원에게 선물한다고 답했고, 8%는 선물요구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장 연구원은 자신도 몇 년 전 작은 카페를 열었을 때 지방공무원에게 매달 떡값을 줘야 했다며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은 관할 구역의 상가들이 얼마나 장사가 잘되는지 정확하게 알고 상가별로 적정한 떡값을 제시한다고 폭로했다.
상가의 규모와 업종, 수익률 등에 따라 매월 50만∼200만동(약 2만4천∼9만6천원)을 받아가고 분기별 또는 1년에 한 번씩 더 많은 돈을 챙긴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이 같은 떡값이 자발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반부패법에 어긋나지도 않는다고 장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러나 떡값 제공을 거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뻔하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월급이 200만∼1천860만동(약 9만6천∼89만5천원)으로 박봉인 공무원이 인기 있는 직업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면서 "많은 공무원은 이 같은 지하세계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일을 더 쉽게 처리하거나 시간을 단축하는 급행료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장 연구원은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이 오래돼 일상이 되는 바람에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VCCI가 지난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59%가 공무원에게 뒷돈을 줬다고 털어놨고, 이 가운데 9.8%는 전체 수입의 10% 이상을 떡값을 주는 데 썼다고 답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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