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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교역질서 '격동의 새판짜기' 가속…한국대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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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교역질서 '격동의 새판짜기' 가속…한국대비 필요
아시아태평양, 일본-EU, 북미 등 잇단 자유무역지대 탄생·재정비
미국, 中·日·EU와 무역협상 줄줄이 대기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보호주의를 내걸고 중국 등과 벌인 무역 전쟁으로 글로벌 교역질서를 뒤흔든 이후 전 세계에서 국가별·지역별로 무역 질서의 새 판을 짜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한 무역체제 개편을 끈질기게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일본, 유럽연합(EU), 아시아·태평양 각국은 합종연횡을 강화하며 거대 자유무역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시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경제 질서를 바꿀 폭발력을 지닌 메가톤급 자유무역협정(FTA)과 무역협상을 앞두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철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일본, 호주, 캐나다 등 환태평양지역을 아우르는 자유무역 지대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이미 지난해 12월 30일 발효됐다.
세계 11개국이 참여하는 이 다자간 무역협정에 서명한 나라는 호주와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이다.
이들 11개국이 세계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9%, 세계 교역량에서의 비중은 15.2%에 달한다.
EU와 일본의 경제연대협정(EPA)은 양국 비준 절차를 마치고 다음 달 1일 발효된다.
'유럽산 치즈와 일본산 자동차의 교환'으로 불리는 이 협정은 관세뿐 아니라 지식재산권, 투자·서비스까지 다루며 인구 6억명을 넘는 거대한 자유 무역권을 아우르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탈퇴를 위협하며 멕시코, 캐나다와 각각 재협상을 벌인 끝에 자국 이익을 상당 부분 관철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재탄생시켰다.
이는 각국 의회 비준을 거쳐 올해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미국이 개정에 합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지난 1일 발효됐다.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한국, 일본, 중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올해 타결을 목표로 지난해 큰 진전을 보였다.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 GDP의 32%를 포함하는 아·태 지역의 메가 FTA다.
아울러 세계 교역 지형을 뒤흔들 경제 대국 간 담판이 이달 잇달아 열려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 타개의 실마리를 마련할 양국 차관급 무역협상은 오는 7일 중국 베이징에서 재개된다.
9일에는 워싱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협상을 재개하며 이르면 20일 미국과 일본도 공식적인 무역협상에 들어간다.
미국과 EU, 일본의 무역협상에서는 자동차 관세를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EU와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도 본질은 무역 판도를 둘러싼 협상이다.
이들 다자·양자 간 협정은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더라도 각국 내 의회 비준에 난항이 예상되고 진행 중인 협상도 타결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기존 다자간 무역체계와 질서 무력화 시도에 대해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무기로 주요국들을 협상 테이블 앞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다자간 무역체계의 중심이었던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를 위협하고 WTO 상소기구 위원의 임명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무역질서 재편이 가속하는 과정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이를 주시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은 한국 기업들의 주력 품목 중 하나인 반도체이며 일·EU EPA나 미·일, 미·EU 협상의 중심엔 자동차가 자리 잡고 있어 각 결과에 따라 한국의 수출 산업과 전략에도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현재의 다자무역은 미국이 WTO를 계속 비판하면서 자국 이익에 맞게 협정을 주도하고 다른 국가들은 그에 대응해 완전한 다자무역보다는 (권역별) 블록을 쌓고 있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제 단장은 "이런 환경에서 우리 경제도 시험대에 올라 있다"며 "우리 기업들은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상시로 관리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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