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강경파 시위 옹호' 사우디 대사, 논란끝 교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재선에 반대하는 무슬림 강경파의 시위를 지지한 현지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가 논란 끝에 교체됐다.
4일 일간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우사마 무함마드 알-슈아이비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최근 본국으로 소환했다.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단체인 나들라툴 울라마(NU)의 사잇 아킬 시라지 의장은 전날 야히아 하산 알-카타니 대사 직무대행의 방문을 받았다면서 "알-슈아이비 대사는 본국으로 소환됐다"고 전했다.
알-슈아이비 대사는 지난달 2일 원리주의 성향 이슬람 단체 등이 자카르타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자 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거센 비난을 샀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수백만 무슬림이 유일신의 글이 적힌 깃발을 비정상적 조직이 불태운 데 반발해 행동에 나섰다"고 적었다.
작년 10월 이슬람 극단주의 확산에 앞장서다 반헌법 단체로 규정된 과격 무슬림 단체 '히즈붓 타흐리르'(HTI)의 깃발을 NU 청년조직이 불태운 것이 시위의 배경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졸지에 '비정상적 조직'으로 지칭된 NU는 알-슈아이지 대사를 외교상 기피 인물(persona non grata)로 규정할 것을 요구하며 즉각 반발했다.
해당 시위의 목적이 종교적으로 중도 성향인 조코위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하려는 것이었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에선 알-슈아이비 대사가 외교관의 본분을 벗어나 선거에 개입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올해 4월 17일로 예정된 인도네시아 차기 대선은 조코위 대통령과 야권 대선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의 양자 대결로 치러진다.
이번 대선에는 약 1억8천700만 명의 유권자가 참여해 투표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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