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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칼럼] 광화문에 태극기와 촛불이 어우러지는 3·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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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칼럼] 광화문에 태극기와 촛불이 어우러지는 3·1절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논설위원실장 = 2019년 기해년은 각별하다. 1919년 기미년 3·1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 된다. 3·1절은 8·15 광복절보다 더 뜻깊다 할 수도 있겠다. 광복은 일본의 패전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우리에게 주어졌다. 반면 3·1운동은 우리가 주체가 돼 세계에 대한민국의 존재를 알린 사건이었다.

식민 지배와 전쟁을 겪으면서 상처는 깊고 영광은 적었던 우리 근현대사에서 3·1운동만큼 긍지를 주는 역사도 많지 않다. 3·1운동으로 독립을 쟁취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일제 탄압이 뻔히 예상되는 속에서 범국민적으로 일어났던 저항운동인 3·1운동은 시련으로 점철된 근현대사 내내 한국인에게 용기와 희망의 원천이었다.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 촛불혁명 등 민주주의 운동 전통이 3·1운동에서 시작됐는지 모른다.

세계 혁명사에서 인구의 10% 이상이 참여한 사례는 3·1운동이 처음이다. 그 영향으로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고, 그때 반포된 대한민국임시헌장은 대한민국을 민주공화제라고 선언했다. 귀족이나 부르주아 중심의 공화제가 아닌, 일반 대중이 주도하는 민주공화제 선포는 세계에서 처음이었다. 3·1운동은 민족독립운동 이상의 시민혁명, 민족혁명, 민주혁명 성격을 지녔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해석이기도 하다.

3·1운동 100주년인 올해는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기점이다. 새 100년을 영광과 번영의 세기로 만드는 게 우리 소망이다. 한국은 민주화, 산업화에 성공했다. 정치권 구태, 권력기관 적폐가 개혁 과제로 남아있으나 한국 사회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왔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남북으로 분단돼 있을 뿐 아니라 남한 내에서도 지역, 계층, 남녀, 이념으로 분열된 모습이다.

남녀, 지역, 신분, 종교, 사상을 떠나 전 국민이 일어섰던 3·1운동 100주년에 국민통합을 그려본다. 해가 바뀌자 나라 곳곳에는 3·1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발자취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런데 이중 삼중으로 분열된 우리 사회에 정작 필요한 통합과 화해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일제 폭압 속에서도 통합을 실천했던 선조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새 100년 출발선에서 통합 의지를 발휘하지 못하면 분열은 언제 극복할 수 있나.

새 세기를 '태극기'와 '촛불'이 함께 시작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올해 3월 1일 대한민국 민의 집결지 광화문 광장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촛불이 물결을 이루는 대사건 말이다. 태극기는 3·1운동의 상징이다. 태극기로 상징되는 애국 시민과 촛불로 상징되는 민주 시민이 한데 어우러지며 국민 대통합의 분수령을 만들길 꿈꾼다.



태극기와 촛불의 대립 양상은 남북분단이 해소되고 민주주의가 성숙하면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정치적 견해와 이상의 차이는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일도 아니다. 태극기와 촛불로 각각 상징되는 보수, 진보 진영은 실체와 구분이 분명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둘로 통칭되는 두 집단의 반목엔 건강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3·1운동 정신을 되새기고, 민족 발전의 동력을 새로이 하는 데 태극기와 촛불이 따로일 수 없다. 3·1운동은 민족주의와 개화주의의 통합으로 가능했다. 올해 3·1절엔 애국·민주 시민이 민족 긍지인 독립운동을 함께 기리자. 정치권, 당국, 시민사회, 민간단체들에 당부한다. 3·1절이 진영을 떠나 국민 축제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하길 바란다. 두 집단이 함께할 행사나 프로그램을 생각해보자.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구성돼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국민통합의 계기로 만들려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우리가 3·1운동의 통합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고 있다면 지금쯤 광화문에는 대화합 분위기가 무르익고 국민 사이에는 3·1운동 축하 붐이 한창이어야 하지 아닐까.

문재인 정부가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려면 보수적 국민의 지지가 절실하다. 3·1절은 국가 재건과 사회 발전 과정에서 배제된 느낌을 갖는 보수 진영을 껴안을 더없이 좋은 기회다. 100년 만에 한 번 오는 분열 극복 계기다. 통합의 용광로가 되고, 새로운 100년을 향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3·1운동 100주년을 꿈꾼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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