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부산시정' 을숙도대교 퇴근 요금할인 확대 전격 보류(종합)
시 "근로자만 구분해 할인해야…도입 취지 살리고자 재검토"
사전 홍보 없이 수일 전 결정…혼란 가중·이용자 반발 초래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부산시가 서부산권 산업단지 근로자를 위해 을숙도대교 퇴근 차량 통행료 할인 시간을 확대하기로 했다가 보름도 지나지 않아 전면 보류해 반발을 사고 있다.
시는 지난달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1월 1일부터 을숙도대교 퇴근 차량 통행료 할인 시간을 당초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에서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8시로 30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할인 시간 확대조치는 오거돈 부산시장이 부산상공계와 간담회 자리에서 산업단지 기업들 애로사항 건의를 전격적으로 수용해 결정했다.
하지만 시는 시행을 며칠 앞둔 상태에서 통행료 할인 대상 차량을 공단 근로자 차량으로 제한하기로 하고 근로자 차량 구분을 위한 등록과 확인 등을 위해 할인 시간 확대조치를 잠정적으로 보류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을숙도대교 출퇴근 요금할인에 13억원의 시민 혈세가 들어간다"며 "이번 퇴근 할인 시간 확대조치로도 1억5천만원이 추가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산단 근로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을 찾고자 잠정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은 이 정책을 추진했던 실무 부서가 아닌 부산시 정무 라인에서 전격적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져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부산시는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아 새해 첫 퇴근길부터 요금할인을 기대했던 이용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시는 뒤늦게 을숙도대교 전광판 등에 잠정 연기한다는 공지를 하고 있지만, 이용자 불만을 사그라들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하루 수만 대의 차량이 을숙도대교를 이용하는 가운데 근로자 차량만 구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기업체 근로자를 따로 등록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근로자들이 이직하거나 휴직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하므로 할인비용보다 관리비용이 훨씬 더 많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시는 일단 6월 말까지 근로자 구분 작업을 마무리한 뒤 올해 하반기부터 확대조치를 시행할 계획이지만, 실제 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
녹산공단 한 기업인은 "대부분 기업이 오후 5시 30분 업무를 마쳐 지금도 퇴근 시간 통행료 할인을 받기 위한 차량이 을숙도대교 요금소 주변에서 기다리는 등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며 "부산시 보류 조치가 근로자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2010년 2월 개통한 을숙도대교는 서부산권 산업단지와 사하구 등을 연결하는 자동차전용도로이다. 대중교통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산업단지 근로자 등이 주로 이용한다.
출퇴근 시간 요금할인을 적용하면 소형차 기준으로 통행료가 1천400원에서 1천원으로 400원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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