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미중, 미래 함께 건설…中, 한반도비핵화 매우 중요 역할"
미중 수교 40년 맞아 '新냉전' 우려 속 "평화의 대의명분 여전히 중요"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역사적인 미·중 수교를 끌어낸 '주인공'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새해 1월 1일 미·중 수교 40주년을 맞아 무역 전쟁 등으로 신(新)냉전 위기에 처한 이들 G2(주요 2개국)의 관계 극복을 위한 조언을 내놨다.
카터 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미중 관계를 바로잡고 현대판 냉전을 막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30년간의 적대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세계 번영의 두 기관차가 된 미중 간 중차대한 관계가 오늘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엘리트들은 미국이 자국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중국을 향해 '악마 음모론'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중국이 민주주의를 이루지 못한데 실망한 미국의 저명인사들은 중국이 미국적 생활방식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정부 보고서들은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데 매몰한 나머지, 미국을 아시아 역내에서 내모는 한편 그 외 전 세계 다른 나라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도 약화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카터 전 대통령은 우려했다.
그는 "고위 관리들이 이처럼 위험한 생각을 받아들인다면 두 나라 간 현대판 냉전이 상상할 수 없는 일도 아니다"라며 신냉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특히 이 예민한 시기에 대만 해협이나 남중국해 등과 같은 문제에서 자칫 오판한다면 전 세계적 재앙을 초래하는 군사적 충돌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12월 1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90일간의 무역 휴전'이 영구적 무역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을 제공해준다면서 진전을 만들어내고 미중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두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무역 불균형과 지적 재산권 탈취, 강제 기술이전, 미국의 대중(對中) 투자 및 중국 내 기업 활동에 대한 불공정 장벽 등 미국의 오랜 불만 사항들은 신속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 한쪽도 국가 안보 문제를 상대방의 적법한 영리활동을 방해하는 구실로 사용해선 안 된다"며 "중국 경제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선 경쟁이 필요하다. 공정하고 호혜적인 관계 추구가 두 나라의 경제가 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중국이 미국의 현안에 간섭할 권리가 없는 것처럼 미국 역시 중국의 국민통치 방식과 지도자 선출 방식 등에 대해 '명령'할 권리는 없다는 점을 미국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과 소수민족 정책, 종교적 자유 제한 등을 묵과해선 안 되고 기록하고 비난해야 하지만 중국의 경제성장과 빈곤 완화, 타국에 대한 개발 원조 등은 인정해주는 등 '일방적 명령'이 아닌 '개방적 대화'라는 쌍방향 형태의 균형감 있는 접근이 양국의 협력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라고 그는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특히 "다른 이슈들에 대한 (미·중 간) 긴장 관계에도 불구, 중국의 지원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또한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맞서고 다른 국제적 분쟁들을 중재하는 등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내 분쟁 이후의 재건 활동에서도 중대한 도움을 제공해왔다"고 덧붙였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중국과의 공동대응을 위해 파리 기후변화협약으로 복귀해야 한다면서 이미 두 나라가 각각 깊이 관여돼 있는 아프리카 지역 내 질병 퇴치, 사회기반 시설 건설, 평화 유지 활동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면 관계 회복과 불신 극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79년 덩샤오핑(鄧小平)과 나는 우리가 평화라는 대의명분을 발전시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며 "오늘의 지도자들은 (그때와는) 다른 세상에 직면하고 있지만, 평화의 대의명분은 여전히 그때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지도자들은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아 로운 비전과 용기, 독창성을 가져야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미중 자신과 인류 전체를 위해 미래를 함께 건설해야 한다는 신념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