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사관 옮겨야 하나"…브라질 새 정부 내에서 신중론
아랍권과 통상·투자 협력 관계 훼손 우려 제기돼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관 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새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31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 등에 따르면 새 정부의 각료급 인사들은 보우소나루 당선인에게 대사관 이전에 따른 위험 부담을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새 정부 인사는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면 통상 분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중한 결정을 촉구했다.
이는 브라질산 육류의 주요 수출 지역이 아랍권이라는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아랍권은 브라질산 닭고기와 소고기의 2위 수출 대상국이다. 지난해 아랍권에 대한 브라질의 닭고기·소고기 수출액은 135억 달러(15조원)였다.
브라질이 수출하는 닭고기의 45%, 소고기의 40%는 '할랄' 인증을 받고 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말한다. 음식은 채소·곡류 등 식물성 음식과 어류 등 해산물, 육류 중에서는 닭고기·소고기 등이 포함된다.
앞서 현 정부의 블라이루 마기 농업장관도 정치적 이유로 아랍권과 관계가 악화하면 농업 부문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관이 이전하면 도로·철도·전력 등 인프라 분야에 대한 아랍권의 투자가 전면 보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랍-브라질 상공회의소의 후벤스 하눈 소장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 국부펀드의 40% 이상이 아랍권에 있다"면서 "아랍권은 브라질의 도로·철도·전력 등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있으나 대사관 이전으로 투자 계획이 취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당선인 취임식 참석을 위해 브라질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리우데자네이루 시에서 유대인 공동체 관계자들을 만나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대사관 이전 계획을 확인했으며 대사관 이전은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 "대사관 이전 문제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하는 등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브라질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는 등 친(親) 이스라엘 입장을 드러냈다.
대선 승리 후인 지난달 초에는 "이스라엘은 주권국가이며 우리는 이를 존중할 것"이라며 대사관 이전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아랍권은 브라질의 대사관 이전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사에브 에레카트 사무총장은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대사관을 이전하면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과 이슬람권 대표 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 등과 함께 브라질 제품에 대한 보이콧을 포함해 정치적·경제적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