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대표단, 이란 방문…아프간 평화협상 논의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대표단이 3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을 방문했다고 이란 외무부가 31일 밝혔다.
바흐람 거세미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주례 브리핑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들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과 만나 장시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과 탈레반이 진행한 논의는 아프간의 정부와 여러 세력 사이에 평화협상을 진전하는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라며 "아프간 정부도 (탈레반의 테헤란 방문을) 이미 안다"고 설명했다.
앞서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26일 아프간 카불을 방문해 아프간 대통령과 탈레반 지도부를 잇달아 만나 양측의 평화협상을 주문했다.
이란 정부와 아프간 탈레반의 활발한 협상은 미국이 내년 1월 중 주둔 병력을 절반으로 축소하는 안을 검토한다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탈레반은 아프간 영토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세력이 확장세지만 군사적으로는 외국 군대의 철수, 이슬람주의 국가 재건과 같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아프간 정부, 미국과 협상에 나서는 분위기다.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주재 미국 특사는 이달 17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탈레반 대표단과 만나 3개월 휴전안을 논의했다. 앞서 지난달 7일에는 모스크바에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회담이 열렸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이란은 비록 수니파 테러조직 아프간 탈레반과 종종 무력충돌하면서 관계가 원만하지 않지만 미국이 철군 이후를 대비해 탈레반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점을 의식, 접촉면을 넓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탓에 탈레반과 관계가 자국의 안보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아프간 정부와 세력이 대등한 탈레반이 미국과 원만해지면 이란으로서는 꽤 껄끄러운 상대와 맞서야 한다.
동시에 이란은 시리아와 마찬가지로 아프간에서도 미국이 철군해 생길 공백을 염두에 두고 탈레반과 대화 통로를 서둘러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열린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에도 옵서버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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