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산업] 도전 산적한 반도체…다음 신성장 먹거리는
반도체 초격차 유지하며 중국공세 견제…전기차 배터리에 투자 집중
AI·IoT·로봇·소재 등 미래 먹거리 투자확대·인수합병 '배양중'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한국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온 반도체산업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올해 반도체 업황을 내다보는 시장의 관측은 비관론이 낙관론을 압도한다. 수요 둔화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침체하고,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 아래 경쟁사들의 공세도 더욱 거세질 것이란 위기감이 짙다.
'반도체 고점론'이 팽배한 가운데 미래 먹거리가 될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려는 국내 대기업들의 발걸음도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 '효자 노릇' 해온 반도체, 올해는 걱정거리 산적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을 필두로 실적 신기록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작년 1분기(15조6천420억원)에 이어, 3분기에도 사상 최고 영업이익 기록을 세웠다. 3분기 전체 실적 17조5천700억원 중 13조6천500억원은 반도체 사업부에서 나왔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2분기(5조5천739억원)·3분기(6조4천724억원) 연속으로 영업이익 최고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투자업계는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시선을 올해 업황 전망으로 돌리며 비관론을 쏟아내 왔다.
우려는 지난 연말 '숫자'로 나타나며 본격적으로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작년 11월 반도체의 지난달 출하지수는 전월보다 16.3% 감소해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이 같은 반도체 출하 감소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2월(18.0% 감소) 이후 최근 9년 11개월 내 가장 큰 폭이었다.
호황이 꺾인 반도체 업황은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IT전문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D램의 평균 판매가격이 전분기보다 8% 가까이 떨어졌고, 올해 1분기에는 가격 하락세가 더 가파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1분기는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데다 특히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출하에서 비롯된 수요 모멘텀도 평년보다 약한데, 공급 측면에서는 수율 개선과 삼성전자의 평택공장 생산라인 증설 등으로 공급물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또 낸드플래시 역시 올해 1분기 비수기와 높은 재고수준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보다 계약가격이 약 10%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우리 정부가 국내 반도체 산업과 경쟁국과의 '초격차'를 지키겠다며 '대·중소 상생형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계획 등을 발표했지만, 막강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공세를 견제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중국은 반도체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25년까지 반도체 수요의 70%를 자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규모의 반도체투자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물밑에서는 현지 기업들이 한국으로부터 기술·인력 유출에 열을 올리는 등 물불을 가리지 않는 상황이다.
◇ 대기업 미래 먹거리 '교집합'은 車배터리
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없다는 점이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반도체 다음의 먹거리를 찾는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대기업들의 미래 사업 육성 청사진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공통분모가 읽힌다. 그중 대표적인 사업 아이템이 바로 전기차 배터리다.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성장동력까지는 아니지만 재계는 중단기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로 전기차 배터리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자동차 산업과는 '이종(異種)'으로 분류됐던 기업들도 기존의 사업영역을 초월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들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정부 보조금 정책이 만료되는 2020년 이후 한국 기업들에도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먼저 삼성SDI의 경우 6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현재 미국 디트로이트 인근 지역인 미시간주 오번힐스의 기존 공장을 증설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 이미 중국 시안에서 중대형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데 이어 제2공장 신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도 작년 10월부터 중국 난징(南京) 빈지앙 경제개발구에서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을 짓고 있다. 2023년까지 2조1천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난징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이 완공되면 LG화학은 한국·중국·유럽·미국 내 총 5곳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게 돼 대륙별 공급 거점을 갖추게 된다.
또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해 연말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약 1조1천400억원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제2의 반도체로 평가받는 배터리 사업에서 글로벌 탑 플레이어(Top Player)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 'AI·IoT·전장'…미래 먹거리 찾아 뛰는 기업들
'4차 산업혁명,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일반인에게는 아직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개념이지만 이미 국내 산업계에서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배양'에 들어간 사업들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AI·5G·바이오·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이 분야에 약 2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부 부문에선 인수·합병(M&A)이 이뤄지고 가시적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3월 미국 전장 전문기업 '하만' 인수를 완료한 후, 사물인터넷(IoT)을 자동차까지 확장한 기술인 '디지털 콕핏' 기술을 양사 공동 개발해 지난해 1월 미국 CES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는 오는 2020년까지 AI 기능을 모든 가전제품에 적용한다는 목표 아래, 2016년 11월 미국 AI 플랫폼 개발 기업 '비브랩스'와 재작년 11월 국내 스타트업인 '플런티'를 인수했고 '삼성 리서치'를 출범해 산하의 AI 센터에서 인공지능 선행연구를 강화하는 등 AI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도 지난해 '구광모 체제'가 들어선 이후 신사업 육성에 속도를 냈다.
LG전자[066570]는 자체 AI플랫폼 'LG씽큐'를 자사 가전 제품군 상당수에 적용하며 AI 생태계 확충에 주력하고,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업체 ZKW를 인수하는 등 전장사업도 강화했다.
또 안내로봇·청소로봇·홈로봇 등에 이어 하체·허리 근력을 보조하는 '수트봇'을 연이어 개발하는 등 'LG 클로이' 로봇 포트폴리오도 꾸준히 넓히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기구로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태스크'를 신설, 미래 사업 추진 방향도 명확히 잡은 상태다.
SK 역시 지난해 3월 반도체·소재(49조원), 에너지 신산업(13조원),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11조원), 미래 모빌리티(5조원), 헬스케어(2조원) 등 5대 신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3년간 80조원을 신규 투자한다는 구상을 밝히며 미래사업 청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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