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친서' 김정은, 신년사에 남북·북미 선순환메시지 담을까(종합)
비핵화 관련 대미 메시지 '촉각'…북미협상에 중요변수
美 '유화조치' 향한 北 '응답' 주목…"비핵화·상응조치 함께 강조할듯"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평화, 비핵화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낸 사실이 30일 공개되면서 1월 1일 신년사에 담길 김 위원장의 긍정적 대남·대미 메시지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순조로운 남북관계와 달리 북미관계는 교착 국면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 새해 남북·북미 관계의 선순환 구도 조성에 도움될 메시지를 담을지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대목은 '비핵화 메시지'일 것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김정은 "내년에도 자주 만나자…서울 답방하겠다"…문대통령에 친서 / 연합뉴스 (Yonhapnews)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사무실 책상 위 핵 단추'와 '핵탄두·탄도로켓의 대량생산' 메시지가 이번에는 어떻게 바뀔 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신년사를 통한 메시지가 최소 3∼6개월 가량 북한의 대내외 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핵화 메시지에 따라 향후 북미 정상회담 추진 속도가 좌우될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일단 기본적으로 김 위원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에 보내온 친서가 김 위원장의 신년사 메시지를 어느 정도 '예고'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2019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여기에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최근 보도한 내용도 일정 수준 북한의 향후 비핵화 협상 추진 방향을 시사하는 측면이 있다.
이 매체는 지난 19일 보도에서 "앞으로 큰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국제정세가 격랑 속에 흔들린다고 해도 판문점을 기점으로 하는 새로운 역사의 흐름이 역전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 내용 등 여러 관련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언급한 (대량생산 등) 방향이 내년에도 지속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연이은 대북 유화 제스처도 북한이 내놓을 신년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미국이 내놓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미국인 방북 허용 검토와 남북철도 연결 착공식을 위한 제재 면제 동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북한 인권 관련 연설 취소 등도 신년사를 고려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북한을 향한 미국의 비핵화 조치 요구 수준도 올해 초중반의 핵무기 일부 반출 및 폐기를 포함한 '일괄 해결'에서 차츰 '단계적 해법'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북미가 세부 조건과 관련해 점차 입장차를 좁히는 단계에 돌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최근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과 국제개발처 아시아국은 공동 작성한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합동 전략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북한 핵개발 동결과 핵과 탄도미사일 시험 및 핵분열 물질 생산의 중단, 비핵화를 향한 초기 조치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기본적으로는 제재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제재에 대한 반발도 여전해 한국과 미국을 향한 신년사 메시지의 온도차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최근 북한이 핵무력 증강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정황이 외신을 통해 계속 포착되는 점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30일 복수의 군사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이달 초 과거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실험적으로 발신했던 '텔레메트리(telemetry·원격측정신호)'라는 전파 신호의 발신 실험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국 NBC 방송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이 올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은 것은 정책을 바꾼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에서 대량 생산 쪽으로 넘어간 데 따른 것이라고도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 보도 관련 "관계부처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최근 움직임이 사실이라 해도 약속을 어겼다고 단언할 정도로 구체적인 비핵화 합의가 아직 나오지는 않은 단계이지만, 이런 움직임이 단순히 협상 '레버리지'(지렛대)를 쌓는 차원에 머물지 아니면 양측 신뢰를 훼손하는 수준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내년 초 북미 협상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진전된 비핵화 메시지를 통해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및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 간의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아니면 올해 말과 같은 '무응답' 구도를 이어갈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비핵화 협상의 긍정과 낙관 신호가 교차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년사에서 기본적으로 올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비핵화 추진 입장은 재확인하면서도, 동시에 미국의 상응 조치가 전제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내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는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을 향해서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이것이 북한의 일방적 조치가 아닌 상호 등가 교환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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