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늘어 충원 필요한데…" 대학 청소노동자들 '감원'에 운다
"휴가 내기조차 미안"…한파 뚫고 꼭두새벽 출근해 화장실 청소
퇴근까지 휴식은 점심 1시간이 전부…인원감축 소식에 시름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기온이 영하 10도에 가까운 세밑 한파가 몰아친 이달 28일. 연세대 청소노동자인 A씨는 이날도 오전 5시께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
공식 출근 시간은 오전 7시다. 하지만 오전 6시에는 도착해야 교수나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사무실 청소를 마칠 수 있기에 보통 첫차를 타고 학교로 향한다.
이날 연세대 공학관에서 만난 A씨는 기자가 말을 걸 틈도 없이 바빠 보였다. 그는 1층 남자 화장실 바닥에 앉아 솔을 '빡빡' 문지르고 있었다.
A씨는 "오전 6시께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과 사무실을 청소 한다"며 "아침 시간이 따로 있지 않아 아침은 간식으로 대체한다"고 말했다.
오전 9시께 빵과 우유를 먹은 A씨는 다시 화장실로 돌아가 청소를 이어갔다. 휴게실이 지하 3층에 따로 마련돼있지만, 점심시간 전까지는 휴게실에 갈 여유는 없다고 했다.
수년째 청소노동자로 일한다는 B씨 역시 지하 2층 화장실에서 바닥을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퇴근 시간인 오후 3시까지 일하면서 이들에게 주어진 휴식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이 전부다. 정오께 점심시간이 되면 그날의 식사 당번이 지은 밥을 18명가량이 나란히 모여 앉아 나눠 먹는다.
겨울철 눈이 올 때면 청소노동자들의 일은 배로 늘어난다고 했다. 눈길에 젖은 신발을 신고 화장실로 들어오는 이들이 많기에 걸레질이 쉴 틈이 없다는 것이다.
B씨는 "최근 건물 리모델링을 하면서 화장식 바닥을 청소하기 어려운 자재로 바꿨다"며 "눈이 오면 쉽게 더러워지고 때를 벗기기 더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청소노동자 대부분이 어깨가 아파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일과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내년에 학교가 청소노동자 인원을 감축하려 한다는 것이다.
3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연세대는 학내 청소·경비 용역회사에 비용 절감을 요구하며 관련 인력을 줄이는 것을 용역 재계약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금도 인원이 부족해서 휴가를 가려면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며 "다른 것은 바라지도 않고 인원만 충원해줬으면 좋겠다. 인원을 줄일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올해를 끝으로 공학관 청소노동자 3명이 정년퇴직을 하지만, 학교에서는 인원을 충원하지 않으려 한다고 A씨는 설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연세대가 내년 용역계약을 하면서 용역회사에 인원 감축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며 "해마다 인원이 줄어 노동강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최근 (연세대를 비롯한) 서울 시내 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비정규직 노동자 1천239명이 집단교섭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대학과 원청이 인원 감축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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