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미래세대 건강 위협하는 학교 석면 제대로 해체해야
(서울=연합뉴스) 학교 석면 해체 작업이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최근 3년간 462개 초등학교에서 석면 해체공사가 진행되는 건물에서 돌봄교실이나 방과후학교, 병설 유치원이 운영됐다. 공사 중 흩날리는 석면가루를 아이들이 고스란히 마셨다는 얘기다.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르면 건물 공사 시 석면이 공기 중에 확산하지 않도록 건축물 소유자가 조처해야 한다. 교육부 매뉴얼에도 석면 해체 공사지역은 학생이나 교직원의 생활 공간과 격리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고, 아이들은 무방비로 석면에 노출됐다.
석면 해체공사에 앞서 먼저 해야 할 일이 해당 학교건물에 석면이 사용된 위치를 찾는 것이다. 이를 표시하는 '석면 지도'도 정확하지 않았다. 지도에 오류가 있으니 제대로 된 공사가 이루어질 리 없다. 이미 교육부가 전국 유치원과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표본조사 용역을 주어 검증한 결과 석면 지도가 부정확하다는 결론이 났으나 당국자들이 이를 덮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에서 아이들 건강에 중요한 문제를 이런 식으로 처리한 것은 엄중히 처벌받아야 한다.
건축자재 중 석면 농도가 높고 진동 등에 의해 쉽게 퍼지는 석면 분무재가 사용된 학교도 여전히 남아있다. 교육부는 석면 분무재를 우선 제거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심지어 학교에서 냉난방기 등을 교체할 경우 석면이 공기 중에 날리지 않도록 석면 해체공사를 먼저 실시해야 하는데, 2015년에서 2017년까지 석면 해체공사를 하지 않고 냉난방기 교체공사를 한 학교가 1천538개나 됐다. 또한 석면 해체공사를 했다고 해도 학교 5개교 중 1개교에서 여전히 석면이 검출됐다.
석면은 1군 발암물질로, 입자가 미세하고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유입될 경우 석면폐증, 폐암, 악성중피종, 미만성 흉막비후 등 무서운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잠복기가 10년에서 길게는 40년으로, 개인에 따라서는 단기간에 소량만 노출돼도 치명적일 수 있다. 관련 종사자들이나 석면광산 주변, 공장 주변 주민들이 피해를 많이 보고 있으며, 학교시설에도 석면이 많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석면을 흡입한 아동이 잠복기를 거쳐 성인이 된 후에 병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교원 중에도 석면 피해자가 상당수이다.
우리 사회가 학교 석면에 관심을 갖는 것은 미래에 석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학교건물에서 석면을 해체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진 상태다. 많은 학교에서 방학마다 석면 해체 공사가 진행된다. 이번 겨울방학에도 962개 학교가 공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제대로 관리 감독 되지 않는다면 안 하니만 못하다. 공사의 단계마다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각 학교의 석면 지도부터 다시 확인해야 하며, 입찰 과정도 엄격하게 감시해야 한다. 전문성이 부족하고 안전성 평가를 거치지 않은 업체가 선정됐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공사단가도 제대로 된 기준이 없어 지역마다 편차가 크다. 학교 학사일정에 맞추느라 급하게 공사를 강행하지 않았나 들여다봐야 한다. 실제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이루어지는 공사는 별도의 기준으로 진행돼야 한다. 매 단계에서 소홀히 다루어진 것으로 드러날 경우 관리 감독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 이는 미래세대의 건강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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