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3만불 시대, 외식산업은 되레 쇠퇴…간편식이 대체"
경희대 최규완 교수 "외식업, HMR 제조업으로 변화하며 입지 중요성 줄 것"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이 대망의 3만 달러를 넘을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국내 외식 시장은 오히려 내후년께부터 쇠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눈길을 끈다.
30일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호스피탈리티 경영학부 교수가 최근 한국외식산업정책학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외식사업환경의 변화와 외식업의 생존전략'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대 초부터 내식·외식 모두 감소하는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됐다.
최 교수에 따르면 외식 시장은 경제·사회 발전에 따라 성장기·정체기·쇠퇴 감소기 등 세 단계를 거친다.
성장기는 외식·내식 시장이 모두 팽창하면서 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단계다. 7%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최대 2%의 높은 인구증가율이 뒷받침하는 덕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중반까지가 이 시기에 해당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정체기는 3% 미만 경제성장률과 1%를 밑도는 인구증가율이 특징이다. 성장이 둔화하면서 외식·내식 시장도 정체된 가운데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속도로 커진다.
마지막 단계인 쇠퇴 감소기에는 내식·외식 시장이 모두 줄어들지만, 가정간편식만큼은 점유 비율을 더욱 올리며 성장 일로를 걷는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국민소득 3만 달러의 고지를 넘은 다른 국가들의 선례를 참고해 소비시장의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3만 달러 돌파 당시 여성 경제활동과 1인 가구의 증가를 경험했다"며 "소득의 증가로 건강식이나 가정간편식 등 다양한 요구가 표출됐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흐름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가정간편식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고섬유·저지방·유기농·로컬푸드 등 건강식 열풍이 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또한 관광·레저 산업이 발달해 다양한 외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소비자의 요구도 세분화·다양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자신의 의견을 음식에 직접 반영할 수 있는 형태의 레스토랑이 등장하는가 하면, 식품 위생과 안전이 중시되면서 식품의 원산지를 강조한 마케팅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최 교수는 "식품 안전, 친환경 재료 사용, 고령층 겨냥 메뉴의 유무 등의 중요성이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특히 외식산업이 음식을 서비스하는 전통적인 측면보다는 가정간편식과 배달대행의 발달로 입지의 중요성은 줄어들고 식품을 제조하는 소매업으로서의 특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봤다.
유명 식당 브랜드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정간편식 제품을 내놓고, 맛집으로 소문이 난 가게는 입지와 상관없이 배달대행서비스로 누구나 맛볼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최 교수는 "현재 외식산업은 고밀도·고부채·고연령이라는 삼중고에 처한 상황"이라며 "시대 변화에 맞춰 정부도 비용 보전 수준의 정책에서 벗어나 공급을 완화하고 외식사업체의 자생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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