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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직장 갑질 금지 환영하지만 기준 모호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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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직장 갑질 금지 환영하지만 기준 모호해선 안 된다

(서울=연합뉴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 우월적 지위나 관계를 이용해 업무상의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의무적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피해 직원의 희망에 따라 근무지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직장 갑질'을 막아보려는 정치권의 의지를 제도화한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전·현직 직원에 대한 '슈퍼 갑질'로 얼마 전에 구속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행위는 일반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직원들에게 콜라가 든 유리컵을 집어던지고 손찌검을 하거나, 회식 때 생마늘이나 겨자를 강제로 먹이는 것도 모자라 석궁이나 일본도로 산 닭을 잡도록 하는 엽기행각도 벌였다. 잘못 보이면 일터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악용해 직원들에게 보통사람이 상상도 못 할 일들을 거리낌 없이 저지른 것이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심한 모멸감이나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는 직장 내 괴롭힘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시민단체 '직장 갑질 119'가 접수한 제보를 보면 우리 사회에 직장 내 괴롭힘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짐작이 간다. 올해 7월부터 지난 22일까지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건수가 무려 1천403건으로 월평균 234건, 하루 평균 8.25건에 달한다. 지금도 많은 직장인이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괴롭히는 행태도 가지가지다. 폭언은 물론이고 지저분한 짜장면 그릇에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게 하거나 상사의 흰머리를 뽑게 하는 일까지 있었다니 기가 막힌다. 그런데도 여태껏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이 없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었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이 조항이 새로 들어간 것은 늦었지만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에 직장 내 괴롭힘이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업무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도 함께 통과됐다.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려온 피해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만들어졌더라도 괴롭힘의 기준이 모호하거나 다툼의 여지가 많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법 시행에 필요한 매뉴얼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면서도 시행상의 혼란은 최소화하도록 지혜를 모으길 당부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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