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파인텍 노사, 진실한 대화로 접점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파인텍 노사가 27일 만났다.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 차광호 지회장과 이 회사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의 김세권 사장이 이날 오전 교섭을 갖고 상대방의 의견을 들었다. 파인텍 노조가 굴뚝 농성을 시작한 작년 11월 12일 이후 김 대표가 노동자들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파인텍 지회의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 등 2명은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의 75m 굴뚝 꼭대기에서 411일째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여름의 뜨거운 무더위와 겨울의 한파에도 불구하고 굴뚝 농성을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빠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양측은 3시간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으나 특별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29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양측의 기본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노조 측은 김 사장이 한국합섬을 헐값에 인수해 2년 만에 폐업하고는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았고, 그 이후에 고용승계 등의 노사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은 노동자들의 무리한 요구와 파업으로 공장운영이 어려웠고,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은 게 없다고 되받아치고 있다.
이런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만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로 얼굴을 봐야 오해도 풀고, 요구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이제 자주 만나서 상대방의 주장을 진지하게 들어보고,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양측 모두가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노사 갈등은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다. 지난 10월에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8년 국가경쟁력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140개국 가운데 한국의 노동시장 경쟁력은 낮았다. 세부적 경쟁력 순위를 보면 노사관계 협력 124위, 정리해고 비용 114위, 근로자의 권리 108위였다. 노동 관련 분야가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파인텍 노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노조도 상대방을 공격하고 비난하기에 앞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회사 측은 노조의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해야 하고, 노조는 회사에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노사 문제로 인해 탄탄한 성장을 이루기가 쉽지 않고 사회 불안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파인택 노사의 만남이 한국 노사관계가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