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영토분쟁 가이아나 두둔한 美 비난…"내정 간섭"
베네수-가이아나, 최근 근해 석유 탐사 선박 제지 두고 갈등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가 이웃 나라 가이아나 근해에서 탐사 작업을 하던 선박을 자국 해군이 제지한 것을 비난한 미국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 "최근 가이아나 근해에서 발생한 분쟁과 관련한 미국의 비판은 내정 간섭이자 무례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외교부는 "미국 정부가 전혀 책임이 없는 일에 간섭하고 있음이 명백하다"며 "이런 간섭은 워싱턴의 집권 엘리트와 밀접히 연관된 기업의 이익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베네수엘라 해군은 지난 22일 미국 석유 기업 엑손모빌이 노르웨이 PGS 사와 체결한 용역 탐사 계약에 따라 가이아나 근해에서 지질 탐사 작업을 하던 PGS 선박 2척을 제지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해군이 탐사 선박들에 다가가 "가이아나에 영해 관할권이 없는 만큼 돌아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후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는 서로 이번 사건이 자국 영해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베네수엘라가 공격적으로 행동했다. 베네수엘라가 국제법과 이웃 국가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사실상 가이아나의 손을 들어줬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각종 금융·인적 제재를 가한 것을 근거로 미국이 자국을 침략해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한 세기 동안 계속된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의 영토분쟁은 최근 가이아나 근해에서 50억 배럴 이상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인구 75만명의 소국 가이아나가 앞으로 10년 이내에 브라질에 이어 남미 2위의 산유국으로 떠오르면서 부국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양국은 가이아나를 가로질러 흐르는 에세키보 강 서부 지역의 영유권을 놓고 해묵은 분쟁을 벌여왔다.
가이아나는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에세키보 강 서부의 정글 지역이 1899년 국제재판소의 판결 이후 합법적으로 자국 영토가 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에세키보 강 서부 지역이 영국 식민지였던 19세기부터 자국의 영토였다고 주장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가이아나는 유엔에 중재를 요청했고, 유엔은 이 문제를 올해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했다.
한편 가이아나를 포함해 카리브해 15개국으로 구성된 카리콤(CARICOM·카리브공동체)은 전날 "베네수엘라 해군의 간섭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국제법에 따른 가이아나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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