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예수 탄생" 지구촌 대축제…베들레헴 수년만에 최대인파
셧다운에 김빠진 워싱턴DC…쓰나미 강타한 인도네시아는 침울
아프간 대형테러…리비아에선 기독교인 피살자 집단무덤 발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기독교 대축일이자 세계인들의 축제인 성탄절을 맞아 지구촌 곳곳에서 축하 행사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거대한 재난과 극단주의 폭력으로 성탄 전야와 성탄절이 슬픔으로 얼룩졌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기 예수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팔레스타인의 도시 베들레헴에서는 수년 만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현지인과 관광객 수백명이 망거광장에 몰려들었고 팔레스타인 의장대가 백파이프를 연주하며 행진했다.
예수가 탄생한 곳으로 성지가 된 예수탄생교회에도 군중이 운집했다.
룰라 마야 팔레스타인 관광부 장관은 베들레헴 호텔 예약이 매진됐다며 밤새 관광객 1만명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마야 장관은 "수년간 이렇게 많은 수가 방문한 것은 수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베들레헴이 있는 요르단 서안지구는 이스라엘 병사와 정착민을 겨냥한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의 폭력사태 때문에 긴장이 높아진 곳이다.
AP통신은 일부가 불안 때문에 방문을 포기했으나 최고의 기독교 성지인 까닭에 이에 개의치 않는 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이 불거지면서 성탄 분위기가 망가졌다.
약 8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이 쉬거나 곧 쉬게 됨에 따라 국립공원에 있는 시설들과 수천개의 연방정부 건물들이 문을 닫았다.
성탄절의 상징으로 1923년부터 해마다 이맘때 백악관 근처를 빛내던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는 올해는 '정부 마비'의 상징물이 돼버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조명이 꺼지고 주변을 돌던 장난감 기차도 등장하지 않아 김이 샜고 근처 화장실마저도 폐쇄돼 휴일에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는 인기그룹 유투(U2)의 멤버인 보노와 디에지가 다른 아일랜드 음악가들과 함께 길거리 자선 공연을 펼쳤다.
공연은 어린이 4천명 정도를 포함해 거의 1만명에 달하는 아일랜드 노숙인들의 쉼터를 마련하기 위한 모금을 목적으로 이뤄졌다.
성탄절이 구세주 강생의 의미를 되짚고 이웃과 온정을 나누는 절기이지만 일부에서는 아픔과 시련이 계속됐다.
쓰나미 때문에 400명 가까이 숨지고 1천400여명이 다친 인도네시아는 침울한 성탄절을 보냈다.
재난이 발생한 순다해협 근처 카리타에 있는 라메트 오순절교회는 신나는 성가를 부르는 걸 자제한 채 조용히 기도했다.
무슬림이 많은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쓰나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신자들에게 주문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는 성탄 전야에 공공기관 건물에서 테러가 발생해 최소 43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폭약을 실은 차량이 건물 밖에서 자폭한 뒤 총기 괴한 3명이 침투해 사람들을 마구 해쳤다.
테러의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에서 자주 테러를 저질러온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나 아프간 탈레반 등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의심을 받고 있다.
이날 리비아 시르테에서는 IS에 살해된 에티오피아 기독교인 34명의 집단무덤이 발견됐다.
IS는 시르테를 거점 가운데 하나로 삼고 2016년 12월 그곳에서 격퇴되기 전까지 갖은 잔학행위를 저질러왔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