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美 공백' 메울 세력경쟁 시작…"쿠르드 대표 러 도착"
사우디 매체 "러 '국경에 시리아 친정부군 배치' 쿠르드에 제안"
"터키군, 시리아 내 전력 보강"…"시리아군, 동부에 정예부대 급파"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의 시리아 철군 후 시리아 북부·북동부 세력 공백을 메우고 주도권을 쥐려는 경쟁이 시작됐다.
시리아 쿠르드 정치세력 '시리아민주평의회'(MSD)가 모스크바로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매체 알아라비야가 러시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MSD 고위 소식통도 시리아 북부 쿠르드 반(半)자치기구 외교위원회 공동의장 압둘 카림 오마르가 이끄는 대표단이 '며칠 전에'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알아라비야에 말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 소식통은 MSD 대표단이 러시아 당국과 회담할 예정이며, 다른 MSD 대표단은 시리아 서부 흐메이밈 러시아 공군기지로 향했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러시아는 터키와 쿠르드 점령지 경계에 시리아 친정부군을 배치, 터키군의 공격을 차단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MSD는 아직 이에 동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MSD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의 지상군 부대인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의 정치조직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러시아가 미국의 '버림'을 받은 쿠르드에게 '보호막'을 제공하는 대신, 시리아 북동부의 통제권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에 넘기라고 제안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시리아 쿠르드의 연방체제 수립 열망은 사실상 수포가 된다.
특히 친정부군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란군 세력이 요충지인 이라크·시리아 국경을 비롯한 시리아 북동부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MSD는 시리아 정부군이 아닌 러시아군 통제를 받는 국경수비대 배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행에 앞서 MSD는 공동의장을 파리로 보내 IS 격퇴 국제동맹군의 일원인 프랑스의 역할 확대 가능성을 타진했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시리아 북부에 라파르주(라파르즈) 등 보호해야 할 기업 자산이 있으며, 특수부대원 100명 이상을 시리아에 파견했다.
이런 가운데 꾸준히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 기회를 노린 터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 후 국경 지역 전력 보강에 나섰다.
23일 테레테 방송 등 터키 국영 매체는 국경 도시 카르카므시에서 시리아로 향하는 군 호송대의 모습을 방송했다.
호송대는 탱크와 곡사포 등 장비를 실은 트럭과 특공대원을 태운 버스로 구성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카르카므시 국경 건너편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군사작전을 전개하겠다고 자주 위협한 시리아 만비즈가 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시리아 IS 소탕을 요청받았다면서, IS와 쿠르드 민병대를 모두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리아 정부군도 미군 철수를 앞두고 발 빠르게 반응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시리아군이 데이르에즈조르주(州) 국경 지역, 즉 SDF와 IS의 전선 주변에 정예 부대를 급파했다고 보고했다.
친(親)정부군 성향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타이거부대가 데이르에르조르에 도착했다는 내용과 함께 부대 지휘관의 사진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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