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교수 "트럼프와 미국에 동시에 봉사하는 것은 불가능"
"트럼프와 매티스는 질적으로 너무나 다른 인물"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어느 해 크리스마스를 앞둔 겨울날 미 버지니아주 퀀티코의 해병대 기지를 찾은 방문객들은 입구에서 깜짝 놀랐다. 정문의 초병이 장성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장성 초병은 손수 방문객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수신호로 모든 차량을 통과시켰다.
초병은 당시 기지사령관이던 제임스 매티스였다. 매티스 사령관은 당시 초병이던 한 일병에게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자신이 크리스마스 기간 대신 초병을 맡았다.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사람들이)가 도저히 상상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종류의 감성적인 행동이었다."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엘리엇 코언 교수가 최근 사임한 매티스 국방장관의 현역 시절 일화를 소개하면서 "트럼프와 미국에 동시에 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트럼프가 지향하는 가치관과 공직자로서 지녀야 할 품위나 가치관이 전혀 상반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코언 교수는 22일 시사지 애틀랜틱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장관을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다면서 "매티스 장관은 아프가니스탄 전장이나 폐허가 된 이라크 도시에서 봤던 '미친개'(mad dog, 매티스의 별명)가 아니라 로마 황제이자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판본을 두 가지나 보유한 독서가이자 사상가"라고 지적했다.
비록 휘하의 장관이었지만 트럼프 같은 탐욕적인 장사치와는 격과 질이 다른 지식인이자 사상가였다는 평가이다. 매티스는 또 아프간 주둔 시절 휘하 장병들에게 '적을 사살하기 위해 반드시 증오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으며 이처럼 이례적으로 차분한 전술가로서 그의 이미지가, 다혈질의 용맹한 전사 타입보다, 적에게는 최고의 두려움이었다고 코언 교수는 전했다.
매티스는 또 부하들에게 "무기와 대화하기 전에 먼저 뇌와 대화하라"고 훈시하면서 이라크 한 마을에서 무장한 전사들이 가득한 한 시아파 장례행렬을 만나자 무릎을 꿇고 조의를 표한 한 현지 해병 지휘관의 빠른 사고방식을 치하했다.
매티스는 또 사단장으로서 임기가 끝난 후에는 전국을 순회하며 사단의 희생당한 병사들의 가족을 위문하기도 했다.
코언 교수는 트럼프가 매티스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할 당시 매티스의 전장에서 용맹한 부분만 모호하게 알고 있었다면서 매티스에 대한 도덕적, 전략적으로 정통한, 자제력을 갖춘, 지적 세련과 이타적인 개념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코언 교수는 매티스가 장관 취임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트럼프가 경멸한 동맹들을 부추기고 트럼프가 이해할 수 없었던 공정함과 합법성을 확인하는데 보냈다면서, 각료로서 재임 중 평가가 흔히 그가 행한 탁월함보다는 어리석은 짓을 얼마나 적게 했느냐로 평가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매티스는 각료로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매티스 장관의 사임은 "여러분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매티스가 각료회의에서 홀로 비위 맞추는 것을 거부했으며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을 칭찬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매티스는 자신의 직책과 국가에 대한 봉사를 수행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코언 교수는 누구도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코언 교수는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직책이 우유부단한 인물이나 기회주의자들로 채워질 수 있다면서 일부는 애국심이 동기가 될 수 있겠지만 직책과 사무실, 승용차, 그리고 정책게임에 참여할 기회 등이 그들이 직책을 유지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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