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에 갇힌 아기 예수…美교회, 이민정책 항의 전시물 조성
"예수 가정도 이민자 가정"…이전 행정부 시절 침묵에 반성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의 한 교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정책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아기 예수 가정이 철제 울타리에 갇혀 있는 모습을 연출해 미국 사회의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펠로십 회중교회'(Fellowship Congregational Church)는 그리스도 성탄화(nativity scene)에서 착안, 교회 구역에 철제 울타리 안에 요셉과 마리아, 아기 예수가 갇혀 있는 전시물을 조성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이 보도했다.
교회 측은 페이스북에 이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을 실으며 "예수 가정은 이민자 가정이었다"라는 글도 올렸다. 이 전시물은 이달 초 설치됐다.
이 모습은 미국 남부 국경에서 이민자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격리하던 정책을 부분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이 교회의 담임목사인 크리스 무어는 NYT에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이민자들이 어떻게 대우받는지를 환기하고자 이런 전시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무어 목사는 또 이들 이민자는 예수의 가정이 피해 달아난 것과 같은 종류의 압제와 안전의 위협으로부터 피신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물 설치는 또한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수백 가족의 구성원을 격리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을 상기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무어 목사는 이전 행정부 시절에는 이 문제에 침묵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이 시설물을 설치했기에 이곳은 자신에게 수치와 회한의 장소라고 반성했다.
이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를 포함한 이전의 미국 행정부들은 국경에서 이민자들을 구금하기는 했지만, 가족들을 서로 떼어놓는 정책을 쓰지는 않았다고 더 힐은 전했다.
무어는 교회는 정치가 작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다면서도 정치에 대해 "내가 연루되길 원치 않는 당파"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항의하는 뜻으로 미국의 교회가 그리스도 성탄화를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달 초 매사추세츠의 한 교회는 3명의 동방박사가 국경 울타리로 예수의 가족과 분리된 가운데 마리아와 요셉이 철창에 갇혀 있는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전시물을 조성해 눈길을 끌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해 성탄 전야 미사에서 만삭의 마리아가 남편 요셉과 함께 베들레헴으로 떠나 아기 예수를 낳을 곳을 찾아 헤맨 여정을 언급하며 "요셉과 마리아도 이방인"이라며 이민자에 대한 포용을 호소한 바 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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