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내다본 새해 북핵 협상은…가능성과 비관론 교차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새해 국제정세 최대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다. 지난해(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전쟁 위기로 치달았던 북핵 위기는 올해 들어 극적인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일단 진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비핵화 협상 자체는 정체에 빠져 실질적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과연 미-북 2차 정상회담을 비롯한 주요 북핵일정이 예고된 새해 들어 북핵 문제가 어떻게 진전될지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군사안보 매체 '국가이익센터'(내셔널인터레스트. NI)는 이에 전 세계 한반도 및 북핵 전문가 27명에게 새해 북핵 협상 전망을 묻는 설문을 했다.
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18~20일 가능성과 비관이 엇갈리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전망을 공개했다. 다음은 일부 전문가들의 북핵 협상 전망이다.
▲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교수. 벨퍼센터 소장 역임)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 그러나 트럼프 취임 당시보다는 나아졌으며 클린턴 행정부 당시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아무튼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했으며 이는 위협 감소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한이 미국에 도달 가능한 대륙간탄도탄(ICBM)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추가 핵 및 미사일 실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기 때문이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이 시점에서 비핵화를 다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다짐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이러한 기조를 지속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일 뿐 아니라 조소적인 분위기이다.
그렇지만 과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회의와 망상의 조롱 속에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설득해 전체주의를 포기하고 서방의 자유와 민주주의 이상을 포용하도록 만들었다.
트럼프도 김정은을 상대로 고르바초프처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2019년 말에도 북한은 아마도 핵무기를 계속 갖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지속할 것이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한 관계개선이 비핵화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자신의 이론을 계속 추구할 것이다.
그리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재앙적일 것'이라고 경고한 심각한 전쟁위험도 여전할 것이다.
현재의 협상이 붕괴할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
트럼프가 자신이 '당했다고' 판단할 경우 모든 것을 취소할 것이다.
김정은은 다시 ICBM을 시험 발사할 것인가? 만약 그렇게 되면 트럼프는 북한의 ICBM 발사장을 공격할 것인가? 그리고 이곳이 제2의 한국전으로 비화할 것인가? 그 결과는?
지금 상황과 1년 전 '화염과 분노' 상황을 비교하면 우리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현재의 가도를 계속 가줬으면 하는 게 최선의 희망이다.
▲ 고든 창 ( 동아시아 전문가, 칼럼니스트, 변호사)
"2019년에는 긴박한 상황(high drama)이 예상된다. 북한의 호전성이 다시금 평화를 위협할 것이다".
한반도는 현재 평화와 평온을 유지하고 있고 만약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라면 내년에는 당연히 보다 나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물론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며 무엇보다 그 호전성이 두 가지 위험성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는 호전성이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현재 (싱가포르 회담에서의 비핵화 약속을) 기다리고 있으나 어느 시점에선가는 관대한 말보다는 강경조치로 선회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핵군비를 계속 구축하도록 놔둘 수 없기 때문이다. 2019년은 다시금 긴박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 예상된다.
둘째로는 김정은이 북에서 자신의 통치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에 대해 통치력 확대를 시도할 수 있다. 김정은은 최근 '최종적 승리'를 언급해오고 있는데 그는 자신의 목표가 가시거리 내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테드 카펜터 (케이토 연구소 선임연구원)
올해 지속한 미-북 간 취약한 데탕트가 2019년에도 계속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트럼프 본인은 북한과의 화해를 지속하길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그의 주위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강경파가 포진하고 있다. 또 진보계 비판론자들도 정파적 이유에서 트럼프의 대북 유화정책을 계속 물고 늘어질 것이다.
보다 혼란스러운 것은 미국의 정책이 아직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궁극적으로 비핵화에 동의하고 이를 이행할 것이라는 매우 의문스러운 가정을 토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세르비아와 이라크, 리비아 등 비핵보유국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지켜본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예상태에 있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시험중단을 지속 및 공식화하기 위해 보다 현실적인 일련의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북한이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제한과 그 과정의 투명성 담보를 수락하는 대가로 한국전 종전 협상과 경제제재 해제 협상을 시작해야한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시간을 끌면서 기만 작전을 펴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진행 중인 데탕트가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변덕과 과시적 성격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의 과정을 뒤엎고 그의 취임 첫해에 보여줬던 것보다 더욱 대립적인 정책을 취할 수도 있다.
이러한 '번복' 상황이 벌어지면 미-북 데탕트에 타격을 주게 될 뿐 아니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남북 관계개선을 위해 취해온 모든 힘든 노력을 원점으로 되돌리게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만약 미국이 북한에 대해 대립적 접근으로 돌아선다면 문 대통령으로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 조지프 시린시온 (플러프셰어스 평화안보기금 회장)-캐더린 킬러프 (동 연구원)
북한의 김정은이 내년 중 싱가포르 정상회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지는 3가지 요인에 달려 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 본인으로 그는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안보보좌관의 비타협적 과대요구를 물리쳐야 한다. 만약 그가 다음번 정상회담에서 부분적인 합의에 도달한다면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과 비핵화를 상호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분적이고 불확실한 것이 될 것이나 이는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 안정노력을 진전시키는데 필요한 것을 제공할 것이다.
두 번째는 새로 구성되는 의회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행정부에 대해 감독과 문책을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대북 유화 외교는 바람직하기 때문에 트럼프를 반대하기 위해 무턱대고 대북 화해 외교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북한 문제는 트럼프가 물러난 뒤에도 여전할 것이며 비핵화는 10년 이상 걸리는 사안임을 깨달아야 한다.
세 번째 관건은 볼턴이다.
그가 '북한 선제공격을 위한 법적 케이스'를 설파한 지가 불과 10개월 전이다. 볼턴은 대체로 현 행정부 대북정책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과거 북한의 핵 개발을 일시적으로 동결시킨 미-북 간 유일한 합의인 제네바합의(Agreed Framework)를 붕괴시킨 막후 장본인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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