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리는 빙하 등 환경문제 80% 서로 연관됐다"
스톡홀름복원센터 분석…"지구 '티핑 포인트' 심각한 단계"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조류(藻類) 때문에 죽어가는 산호초, 나무 없는 사바나(초원)로 변하는 숲들, 녹아서 바닷물 속으로 사라지는 대륙빙하….
개별적으로 나타나는 듯한 이런 자연 현상들의 80% 정도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지구촌을 사람이 계속 살 수 있는 곳으로 가꾸려면 각국의 정부나 지자체들이 칸막이를 허물고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따르면 스톡홀름대학 부설 '스톡홀름복원센터'(Stockholm Resilience Centre)는 여러 종류의 기후변화 요인 등 인간 삶에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 환경문제를 30개 유형으로 나누어 연관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독립적 현상으로 드러난 사례는 19%에 그쳤고, 36%는 공통의 원인을 안고 있었다.
특히 45%의 케이스는 하나의 사건이 비슷한 사건들의 연쇄반응을 가져오는 이른바 '도미노 효과'(Domino Effect)의 범주에 있거나, 그 차원을 넘어서 상호작용을 한층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대표적 사례로는 북극 빙하와 북방 수림대가 꼽혔다.
북극 빙하가 녹으면 태양열을 반사하는 얼음이 줄고, 이는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이어져 산림화재 위험을 높여 결과적으로 더 많은 얼음을 녹이는 온실효과를 낳는 이산화탄소 방출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들 각각의 현상이 지리적으로 떨어진 곳에서 발생하지만 서로 악순환의 상승효과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또 아마존 열림 우림에서의 벌채는 비가 생성되는 흐름을 약하게 만들어 브라질 상파울루 같은 대도시와 안데스 고원 농경 지역으로의 물 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내는데, 이는 더 많은 땅이 개간되도록 하는 복합적 '폭포효과'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은 이런 개별적 현상이 작은 변화가 하나만 더해져도 엄청난 사태로 발전할 수 있는 단계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이르렀거나 이미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국제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각국의 자치단체들도 적극적으로 환경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에 참여한 개리 피터슨 박사는 "서(西)남극 빙붕(氷棚)은 티핑 포인트로서 10년 전만 해도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이제는 미국 뉴욕 크기만 한 얼음덩어리가 사라지는 등 위기상황을 보여주는 증거가 넘친다"며 "남극 빙붕이 이미 티핑 포인트를 넘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 기후변화 관련 티핑 포인트 데이터베이스를 10년간 구축해온 복원센터의 후안 로차 박사는 지금 벌어지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책 당국자들이 칸막이를 허물고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국 정부는 (환경문제 대응 과정에서) 농업부, 어업부, 외교부 등으로 부처 간 칸막이를 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며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다양한 원인과 그 속의 상호연관 구조를 파악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차 박사는 "한 곳에서 잘 하면 다른 곳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심각한 환경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조치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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