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잊힌 해외 독립운동 발굴은 우리의 의무이다
(서울=연합뉴스) 내년은 3·1 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헌법 전문은 규정하고 있다. 빼앗긴 조국을 되찾으려 분연히 일어선 독립운동으로부터 출발한 영욕의 100년을 뒤로 하고, 내년에 우리는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출발점에 서게 된다. 그 출발선에서 역사의 소중함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역사를 잃으면 뿌리를 잃는 것이다. 잊히고 숨겨진 독립운동의 역사를 복원하고 후세에 알리는 것은 현재 세대의 의무다. 독립운동의 정신을 오늘을 살아가는 교훈으로 되살리고, 미래를 이어가는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 잊힌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기억하는 일이 소중한 까닭이다.
때마침 국가보훈처가 국외의 미발굴 독립유공자를 찾기 위한 범정부 협의기구를 추진 중인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도 바람직하다. 해외지역 사료 수집을 위해 해외 공관과의 협조체계를 강화하고, 사료 수집과 관련 있는 부처들이 참여해 독립운동가 발굴에 나선다는 것이다. 헌법은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돼 있지만 역대 정부들은 임시정부 계승을 보여주는 사업을 제대로 한 것이 없다. 임시정부 자료집도 온전하게 완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역사학계 지적이다. 해외 발굴자료는 턱없이 부족하다. 해외 독립운동 자료 발굴은 예산 배정의 미비 등으로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최근 연합뉴스 파리 특파원의 연속 보도로 알려진 '잊혀진 재불 독립운동가' 홍재하(1898∼1960),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의 실제 모델과도 같은 삶을 살았던 임시정부 파리위원부 서기장 황기환(출생연도 미상∼1923)), 임시정부 파리특파위원 서영해(1902∼1949 실종)의 공적이 재불동포와 학자들의 노력으로 확인된 것은 자못 의미가 크다. 프랑스에서 전개된 독립운동이 재평가되고, 3·1 운동의 역사적 의의도 재조명되는 사료 가치가 충분했다.
당시 파리에 체류 중이던 베트남 호찌민(胡志明)과 임시정부 파리위원부가 교류했다는 내용, 호찌민이 한국 독립운동을 모범으로 생각했고, 호찌민이 하는 걸 보려면 한국이 독립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봐야 한다고 적은 프랑스 경찰의 문서 발굴은 3·1 운동 이후 우리 독립운동의 국제적 성격을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자료이다. 임시정부는 중국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에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에 당시 임정의 활동상을 담은 자료들이 더 있을 것이다. 프랑스를 비롯,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나라들의 사료 발굴에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독립운동은 오늘 대한민국을 있게 한 힘이자 정신이다. 독립운동을 낡은 유산으로 박제화해서는 안 된다. 독립운동을 복원하는 일은 우리가 나아갈 길을 성찰하게 하는 미래지향적 사업이다. 사료 발굴은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다. 독립운동 자료 발굴을 위해 해외 교민들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국외 대학, 연구소 및 주요 문서보관소와 업무 협약 확대 등을 추진하고, 국가별, 분야별 현지 학자, 전문 연구자 등을 사료 수집위원으로 위촉해 상시적 협조체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관심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부·국회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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