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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도출한 한반도 평화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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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도출한 한반도 평화의 교훈
안병진 교수, 신간 '예정된 위기' 통해 21가지 제시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저물어가는 2018년은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된 한 해였다. 남북 정상이 세 차례나 만났고 북미정상회담도 이뤄졌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연설한 데 이어 백두산 천지에 올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손을 잡았다. 남북이 오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시대가 곧 올 것 같다는 기대가 솟구쳤다.
하지만 이후 진전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다. 북미간 팽팽한 기싸움 속에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불투명해지고,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북한 주요 인사들을 인권유린 혐의를 들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함으로써 교착 상태를 더욱 꼬이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는 없을까? 문재인·트럼프·김정은 세 정상은 비핵화를 결국 이뤄낼 수 있을까?


미국 정치 전문가인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해결 실마리를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찾고자 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2년 10월 케네디 행정부 시절 쿠바에 배치된 핵미사일을 두고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간 사건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와 북핵 위기는 '불량국가'의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위협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쏙 빼닮았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한반도 위기를 "느리게 진행되는 쿠바 미사일 위기"라고 했다.
안 교수는 신간 '예정된 위기'를 통해 쿠바의 과거·현재가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수정구슬이라고 말한다. 위기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면 협상 조건을 올리는 미국, 기회를 날려버리려 노력하는 듯한 쿠바, 독재자로 알려진 쿠바 지도자의 대변신과 교황의 협력 등이 영락없이 닮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위기가 벌어진 1962년의 '13일'과 그 뿌리, 이후 오늘날 트럼프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나타난 교착 과정을 게임에 참여한 리더들의 고정관념을 중심으로 재구성한다. 저자는 케네디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전문가들이 '베두인 전설(사소한 문제에 약하게 보이면 결국 모든 걸 잃는다는 강박감)'에 얽매인 채 '자신들이 논리적으로 결론 내린 상대방의 숨겨진 전략'으로 상대 의도를 해석했다고 비판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오늘날 한반도를 위한 교훈이라는 관점에서 시사점이 많다. 대북 정책에서 강경 노선을 주장하는 이들은 대개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케네디가 보여준 '단호한' 태도와 '해상봉쇄'와 같은 강경책을 주장한다. 반면에 현 정부 대북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케네디가 물밑접촉을 통해 터키 미사일 철수라는 양보를 했기 때문에 전쟁을 막았다고 본다.
반세기 넘게 서로 적대시하던 미국과 쿠바는 2015년 마침내 국교정상화를 이뤘다. 잔혹하다고 알려진 쿠바 지도자 라울 카스트로의 대변신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관여 정책, 프란치스코 교황의 중재라는 삼박자가 결실을 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해 트럼프 취임 후 양국 관계는 다시 역행하고 있다. '오바마 뒤집기'에 나선 트럼프는 국교정상화에 대한 '대통령행정명령'을 무효화하는 '대통령각서'에 서명하고 대사관 인력을 절반으로 줄였다. 대북 문제에 전향적 자세를 보인 트럼프가 대쿠바 관계를 과거로 되돌린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책 부제 '북한은 제2의 쿠바가 될 것인가?'가 말하는 '제2의 쿠바'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미국과 국교정상화를 이룬 쿠바일 수도 있고, '예정된 위기'로 향하는 쿠바일 수도 있다는 얘기. 저자는 지도자들이 베두인 전설에 기반한 마초게임에서 벗어나야 역사가 진전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뿌리와 맥락을 알아야 한다 ▲ 국가간 위기는 불완전한 정보에 기반한 상호 오인의 무덤이다 ▲ 무조건적 벼랑 끝 전술은 얻을 것도 다 잃게 만든다 ▲ 정권 교체 전략은 군산복합체와 1인 지배체제 국가 모두에 축복이다 등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도출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훈 21가지를 깊이 새기자고 덧붙인다.
요컨대 '쿠바 미사일 위기'의 진실과 교훈을 통해 '예정된 위기'가 아닌 '예정된 평화'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모던아카이브 펴냄. 368쪽. 1만8천원.

i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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