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차상위계층 선정기준…10억 자산가도 기저귀 지원받아
건보료 기준 적용 시 '1천억대 부동산' 가구도 차상위계층 포함될 수 있어
감사원 감사결과…"차상위계층 지원사업 대상 선정 시 소득인정액도 조사해야"
"복지서비스 수급 이력 대상자에 복지 지원 편중"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보건복지부가 활용 중인 '건강보험료 판정기준'에 따라 차상위계층을 선정할 경우 그 대상이 불합리하게 선정될 수 있어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19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차상위계층 지원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가구의 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재산의 소득환산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면 차상위계층으로 선정된다.
이런 기준과 별도로 보건복지부는 가구의 소득·재산을 조사하는 데 행정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2006년부터 건보료 판정기준을 활용해 차상위계층 지원사업 대상을 선정해 왔다.
감사원은 "건보료 방식은 소득인정액이 아닌 건보료를 기준으로 간이로 차상위계층을 선정하는 보조 기준인 만큼 소득인정액으로 판정한 결과와 차이가 없을수록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복지부는 건보료 기준과 소득인정액에 따라 차상위계층을 선정한 결과를 비교·점검해 그 결과가 타당한지를 봐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 기간에 2017년 건보료 기준을 적용해 직접 조사한 결과 총 1천28만여명이 차상위계층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소득인정액 기준을 적용했을 때 집계된 144만여명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건보료를 기준으로 산출된 차상위계층에는 최고 1천530억원의 부동산을 보유한 가구를 비롯해 2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35만 가구도 포함됐다.
실제로 10억원이 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도 '저소득층 기저귀 및 조제분유 지원사업'에 지원, 해당 사업 대상인 '건보료 기준 중위소득이 40% 이하'를 충족해 기저귀·분유 금액의 일부를 지원받는 가구가 올해 5월 기준 82가구나 됐다.
소득인정액 기준을 고려하지 않고 건보료 기준만을 적용해 특정 차상위계층 지원사업 대상자를 선정할 경우 사업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건보료 판정 기준을 활용하는 사업 지원대상을 선정할 때 소득인정액 등 소득·재산을 조사해 선정하는 등의 보완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복지부가 이미 복지서비스를 받는 대상에 편중되게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복지부는 2016년 6월 '복지서비스 신청·수급 이력이 있는 가구의 소득인정액' 정보를 포함해 '위기 가구'를 발굴하기로 하면서 이미 복지서비스를 받은 바 있는 사람 위주로 '위기 가구'가 편중되게 발굴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또 취약계층의 근로 의욕을 고취하고자 소득인정액 산정 시 근로소득, 사업소득 및 금융재산을 공제해 소득인정액이 과다하게 산정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도 저소득층의 저축 정보를 이용한 자동 공제를 적용하지 않았다며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복지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한편, 복지부는 2015년 보청기 보험급여 기준액을 34만원에서 131만원으로 인상하는 계획을 마련하면서 보청기 관련 상한 가격제 등 가격 인상 억제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보청기 평균 판매 가격이 55% 인상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장애인 보청기 구입에 지원된 건강보험 재정 122억원 중 60억원은 장애인의 부담을 경감하는 데 기여했으나 62억원은 업체에 귀속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복지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kj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