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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 난민송환 해 넘기는데…미얀마는 흔적마저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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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 난민송환 해 넘기는데…미얀마는 흔적마저 지웠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73만명에 달하는 로힝야족 난민을 데려오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아웅산 수치 주도의 미얀마 정부가 정작 로힝야족이 살던 마을의 흔적을 지우는 등 난민들의 본국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19일 '로힝야족을 지우다' 제하 특집기사에서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를 촬영한 위성사진 분석결과 과거 로힝야족이 거주했던 마을의 흔적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2017년 5월 촬영된 라카인주 마웅토의 인딘 마을 사진에는 로힝야족이 살던 집들과 초목이 선명하게 보이지만, 미얀마군의 로힝야 반군 토벌 작전이 시작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에 찍힌 사진에는 마을이 잿더미로 변해 있다.
또 올해 3월 촬영된 사진을 보면 잿더미였던 마을에 빨간색 지붕을 얹은 2층짜리 대형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선 것을 볼 수 있다.


인 딘 마을은 미얀마군이 불교도 자경단원들과 함께 로힝야족 민간인을 살해·암매장했다고 인정한 유일한 현장이다.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촌에 머무는 로힝야족 난민 후세인 아메드(73)는 "이제 내가 태어나 살던 마을과 집을 찾을 수도 없다"며 "우리의 집은 모두 불탔고 군대가 땅도 차지했다. 아마도 되찾기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현지 관리들은 마을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붉은 지붕의 건물들이 경찰 또는 군대를 위한 보안용 건물이며 불교도 정착을 위해 새로 지은 집도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정부가 발표한 재정착 계획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서 돌아온 난민은 외부세계와 단절된 집단 수용시설에 일정 기간 머물게 된다.
난민들은 이 집단 수용시설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영구 수용시설이 될 것을 우려하며 본국행을 거부했다.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 와중에 방글라데시로 도피하지 못하고 라카인주에 남아 있는 로힝야족들은 현지의 거주 상황이 계속 악화해 이제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사태 발생 후 1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로힝야족에 대한 협박과 폭력이 자행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최근까지도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하는 난민들이 생겨나고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올해 미얀마를 탈출해 방글라데시로 간 로힝야족은 대략 1만5천명에 달한다.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로힝야족 마을의 잔재를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국경 밖으로 쫓겨난 로힝야족이 되돌아갈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제 그들이 원 거주지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돌아갈 곳을 찾는 것도 불가능해졌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미얀마 당국은 (로힝야족을) 모두 내쫓기를 원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이곳을 로힝야족에게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미얀마 라카인주에서는 로힝야족 무장단체인 '아라칸로힝야구원군'(ARSA)이 오랫동안 핍박받아온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對)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등을 급습했다.
미얀마군과 정부는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소탕 작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고 73만 명에 이르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지난해 연말 로힝야족 난민들을 2년 안에 본국으로 송환하는 데 합의하고 올 연초 송환을 시작하려 했다.
그러나 난민들이 본국행의 조건으로 신변안전 및 시민권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송환 작업은 중단됐다.
국제사회의 쏟아지는 비난 속에 양국은 지난달 2차 송환 시도에 나섰으나, 본국행 신청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방글라데시는 이달 말로 예정된 총선을 이유로 난민송환 논의를 내년으로 미룬 상태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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