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수상 철회한 광주인권상은?
역대 수상자 23명…첫 수상 철회 '불명예'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방관한 아웅산 수치가 수상 자격을 박탈당한 광주인권상은 민주·인권·평화로 상징되는 5·18 정신 구현에 공을 세운 전 세계 인권운동가나 단체에 수여해왔다.
매년 5·18 추모 기간에 맞춰 수여하던 오월 시민상(1991~1999)'과 '윤상원 상(1991~1999)'을 통합해 2000년 제정됐다.
2000년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저항민족회의 의장이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2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인도네시아 와르다 하피즈(2006), 문정현 신부(2012), 스리랑카 난다나 마나퉁가 신부(2018) 등이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거대 권력에 맞서 민주·인권·평화 운동에 앞장선 인사들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보니 수상 과정에 우여곡절이 빚어지기도 했다.
2016년 광주인권상 공동수상자로 베트남 인권운동가 누옌 단 쿠에가 선정되자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의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범법자에 대한 수상 결정은 불합리하다"며 철회를 압박해왔다.
태국 정부도 2017년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학생운동가 자투팟 분팟타라락사가 선정된 것과 관련해 "왕실모독 사범에게 상을 수여하는 것을 재고해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2015년 광주 인권상 수상자인 라오스의 솜바스 솜폰은 당시 라오스 경찰에 의해 잡혀가는 모습이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3년째 실종 상태였다.
5·18기념재단은 솜폰에게 광주인권상을 수여하고 구출 서명운동을 벌여 8천700여명의 동참을 끌어내기도 했다.
국가 차원의 철회 압박에도 굴하지 않았던 5·18기념재단이 스스로 수상 철회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단은 전례 없는 수상 철회 절차를 밟기 위해 내부 규정까지 바꿨다.
아웅산 수치가 로힝야족에 대한 인권유린 행위를 방관하며 민주·인권을 상징하는 광주인권상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미국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추모박물관은 지난 3월 엘리 위젤 상'의 시상을 철회했고, 국제앰네스티 역시 지난달 단체 최고의 영예인 '양심대사상'을 철회했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이번 수상 철회 결정은 광주인권상 수상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라며 "5·18을 통해 인권에 대한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상 철회 결정이 인권상의 권위를 더 굳건하게 하고 이를 계기로 인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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