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이냐, 주취인이냐'…경찰-공무원 보호 떠넘기며 맞고발
법 적용 해석 '제각각'…울산지역 시설 부족해 갈등 되풀이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 경찰관과 울주군 공무원이 노숙자 보호 조처를 서로 떠밀다가 맞고발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18일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오전 0시 10분께 울주군 온양파출소 경찰관들은 원룸 건물 앞에 노숙인 A씨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를 발견한 뒤 울주군 당직실로 인계하려 했다.
경찰은 관련 법상 노숙인은 담당 지자체가 보호하게 돼 있어 울주군청 측이 A씨를 맡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주군청 당직 공무원들은 A씨 인계를 거부했다. A씨가 '술에 취한 노숙인' 즉, 주취자이기 때문에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경찰에 보호 업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측은 승강이를 벌이다가 결국 3시간가량이 지나고 나서야 A씨를 남구 주취자응급의료센터로 이송했다.
해당 경찰관과 공무원은 서로 "직무유기를 했다"며 경찰관은 경찰서에, 공무원은 검찰에 각각 상대를 맞고발했다.
경찰과 행정기관의 이런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울주경찰서와 울주군은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올해 들어 A씨와 비슷한 사례가 6건가량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노숙자는 지자체가, 주취자는 경찰이 보호하게 돼 있으나 늦은 밤 주로 발견되는 노숙인은 술에 취한 경우가 적지 않아 어느 쪽이 맡아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부족한 노숙인 시설도 갈등의 원인으로 꼽힌다.
울산은 노숙자자활센터가 1곳뿐이며 평일에는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휴일에는 오후 11시까지 업무를 본다.
한 복지 담당 공무원은 "다른 대도시처럼 24시간 운영하는 노숙인센터가 있으면 경찰과 갈등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an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