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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마약세계 해부하기보다 인간의 욕망·집착·파국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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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마약세계 해부하기보다 인간의 욕망·집착·파국 그려"
19일 개봉 '마약왕'서 다채로운 연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생경하지만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마약왕'(우민호 감독)은 1970년대 필로폰 수출로 마약 세계 거물이 된 뒤 나락으로 떨어지는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다.
마약을 소재로 한 범죄영화지만,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과 집착이 어떻게 파국을 불러오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극 중 마약왕 이두삼을 연기한 송강호(51)를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났다. 깃에 털이 달린 가죽 재킷을 입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한 송강호는 영화 속 이두삼 모습과 겹쳤다.
송강호는 "'사회악'인 마약을 소재로 대중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이 많이 됐다"면서 "이 영화는 마약 세계를 해부하기보다 이두삼이라는 인물을 통해 욕망과 집착, 파멸 등 한 인간의 굴곡진 인생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두삼은 하급 밀수업자였다가 우연히 마약 세계에 눈을 뜬 뒤 필로폰을 직접 제조해 일본으로 수출, 부와 명성을 거머쥔다. 불법으로 쌓아 올린 금자탑은 금방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인생의 정점에 선 순간 곧바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두삼은 1970년대 실제 마약 사건에 연루된 여러 실존 인물을 하나로 합쳐 만든 가공인물이다. 자타공인 '연기신'인 송강호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극 대부분을 그가 이끌어가는 데다 감정의 진폭 역시 매우 크기 때문이다.
"대척점에 있는 인물과 갈등을 유지하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까 연기 밀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적 고통, 비뚤어진 집착 등이 뒤엉켜서 한 인간이 변해가는 모습을 밀도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막판 20여분간 모노드라마처럼 마약에 취한 연기를 보여준 대목이나 천정에 거꾸로 매달려 고문을 받는 장면 등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 연기도 많았다.
"이두삼의 외로움과 공포심이 극에 달하는 마약에 취한 모습은 실제 경험하지 못한 것이어서 많은 상상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실감 나야 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어려운 지점이었죠. 시나리오 속에서는 마약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과정이 지문으로만 표현돼 있었어요. 우민호 감독 역시 연기를 어떻게 해달라고 주문할 수 없는 상황이라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정말 외로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고문 장면도 그렇게 적나라하게 거꾸로 매달아 놓고 찍을 줄은 몰랐어요. 액션 배우들이 저를 실감 나게 때렸는데 정말 아팠습니다. 하하."

1980년대 악명 높은 콜롬비아 마약왕 이야기를 그린 미국 드라마 '나르코스'처럼 외국에선 마약 소재 작품이 제법 많지만, 국내에선 일부 범죄 장면으로 활용될 뿐 흔한 소재는 아니다.
송강호는 "다른 외국 작품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배우의 창의력은 갇힐 수밖에 없다"면서 "차별화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마약왕' 속 이두삼 자체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변호인' '택시운전사' 등 한동안 정의감 넘치는 역할을 많이 해왔다. 욕망과 광기에 사로잡힌 범죄자 역할은 관객에게 낯설게 다가갈 수도 있다. 또 카타르시스보다는 여운을 남기고 끝내는 열린 결말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송강호는 그러나 "상자를 여닫는 일반적인 구조가 아니라 새롭게 도발하는 영화 구조가 관객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것"으로 기대했다.

이 작품에는 조정석, 배두나, 조우진, 윤제문, 이성민, 김소진, 김대명 등 쟁쟁한 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이두삼과 가족, 금전 등 이런저런 관계로 얽히며 그의 인생을 스치고 지나가는 캐릭터들이다. 영화 '괴물'에서 송강호와 남매로 나온 배두나는 연인으로 등장한다.
송강호는 "촬영 현장에 가면 제가 제일 선배인 만큼, 그에 따른 책임감이 크다"면서 "이 작품에 출연한 후배 모두 자기 배역에 맞는 적확한 연기를 보여줬고, 누구 하나 연기 구멍이 없었다"며 칭찬했다.
송강호는 '마약왕'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봉준호 감독 신작 '기생충' , 조철현 감독 '나랏말싸미'로 관객을 차례로 만난다.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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