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1907년 재판기록 집성한 '사법품보' 번역 출간
덕성여대 역사문화연구소 번역…40권으로 펴내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894년 갑오개혁 이후 1907년까지 전국에서 벌어진 재판 관련 기록물을 모은 책인 '사법품보'(司法稟報) 번역본이 나왔다.
출판사 봄날의책이 펴낸 '역주 사법품보'는 덕성여대 역사문화연구소가 2010년부터 진행한 번역 사업 성과물이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소에 있는 사법품보 중 일부를 우리말로 옮겼으며, 전체 분량은 40권이다. 1∼24권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 25∼40권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지원으로 번역이 이뤄졌다.
사법품보는 재판소에서 법부(法部)로 보낸 보고서와 질품서(質稟書·상부에 질의하는 문서), 진술서, 판결문 등을 집성했다.
사법제도 근대화 과정뿐만 아니라 기록물 변화 양상, 한글이 보급되는 과정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되는 사료로 평가된다.
연구 책임자인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는 "사법품보는 근대 사법제도를 파악하는 데 주목할 만한 자료"라며 "기존 연대기류 관찬 사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민사·형사 사건과 그 처리 과정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사법품보 편찬 당시를 전통적 지배질서가 붕괴하고 근대사회로 이행하던 시기로 규정한 뒤 정치 사건과 사회 갈등, 민중 저항에 대한 사법처리 내용이 망라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법품보에는 만민공동회, 독립협회, 의병, 고리대(高利貸), 묘지소송 관련 사건이 수록됐다.
번역팀은 각종 연구 성과를 제시하는 연구 번역, 대중 눈높이에 맞춘 소통 번역, 해당 사건 맥락을 고려한 정확한 번역을 추구했다.
도면회 대전대 교수는 해제에서 "질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건은 살인을 둘러싸고 유족과 가해자 가족 사이 맞고소"라며 "묘지소송, 여성 투신자살, 가부장제적 공동체를 위해 살인 행위를 저지른 가족에 대한 석방과 관련된 분쟁도 적지 않다"고 썼다.
한 교수는 "사법품보 번역본은 법제사와 민중 생활사에 대한 기본적 자료가 될 것"이라며 "번역본 출간을 계기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시대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각권 350∼500쪽 내외. 각권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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